개인회생 전담부서 만든 부산지법… 주식·가상화폐 ‘손실금 처리’ 고민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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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주식·가상화폐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법원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인다. 회생, 파산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변제금을 산정할 때 주식·가상화폐 손실금을 빼 주자는 논의도 본격화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빚투’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지법은 지난 1일부터 법원 내에 개인회생과를 신설해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개인회생과는 앞으로 개인은 물론 법인의 회생, 파산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한다. 기존에는 가압류·가처분 업무를 총괄하는 법원 민사신청과에서 도맡던 업무였는데, 이를 분리한 것이다. 담당 재판부의 변화는 없으나 서류 처리 등 업무 속도가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달부터 개인회생과 신설 운영
개인법인 회생·파산 업무 전담
변제금 산정 때 손실금 적용 논란
‘빚투’에 대한 ‘도덕적 해이’ 우려

부산지법은 “최근 회생, 파산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신청인들이 제출하는 문서들을 보다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검토해 회생 신청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법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19년 5408건, 2020년 4877건, 2021년 4679건으로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개인 채무자들에 대한 원금 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한 데 따른 결과다. 올해 9월 정부의 채무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개인 채무자들의 회생 신청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손을 댔다가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서울회생법원은 이들의 회생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준칙을 이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 준칙의 핵심은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잃은 돈은 제외하고 남은 재산을 기준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투자한 비트코인이 시세 급락으로 현재 3000만 원어치밖에 남지 않았다면, 개인회생 변제금을 1억 원이 아닌 3000만 원을 기준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준칙은 서울지역에만 적용된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판사와 회생위원들이 관련 준칙을 우리 지역에 어떤 식으로 적용할지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을 포함한 다른 지역 법원에서도 준칙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우려도 있다. 무리한 투자로 인한 수익은 개인이 독차지하고, 손실은 사회가 나눠서 떠안게 된다면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영업자인 박 모(44) 씨는 “여기저기 돈을 끌어와 한탕을 노리는 이른바 ‘빚투’에 대한 경각심이 자칫 옅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며 “매일 밤낮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불가피한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게는 허탈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의 한 변호사는 “주식, 가상화폐도 적법한 투자 활동인데 그동안 사행성으로 인식돼 자산가격 하락이 회생절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법원이 사회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감시해 회생 절차의 취지를 살리는 움직임을 취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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