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예고 이준석 ‘잠행 모드’… 폭풍전야? 자포자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페북에 ‘바람의 색깔’ 영상 공유만
8일 윤리위 결정 후 예상 밖 태도
재심 청구·가처분 신청 전망 불투명
유승민 외 비판적 당내 여론도 부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로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예상 밖으로 조용하다. 지난 8일 새벽 당 윤리위원회가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린 이후 10일까지 사흘째 ‘잠행 모드’다. 징계 전은 물론 징계 직후에도 ‘불수용’ 태세를 취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는 미리 잡아뒀던 언론·유튜브 인터뷰 등도 모두 취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호우적인 분위기 등 효과적인 반격 카드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다만 지난 9일 자신의 주 무대인 페이스북에 별다른 설명 없이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인 ‘바람의 색깔’(Colors of the Wind)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인간의 욕심과 다양성의 가치를 그려내 서정적인 곡이다. 이 노래에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등의 가사가 담겼다.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같은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의원을 비판할 때에도 “누군가가 황당한 아집으로 같이 정치하는 동지들의 마음에 못을 박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노래 한 곳을 신청한다”며 이 곡을 거론했다.

 결국 자신과 적대 관계인 누군가를 비판할 때 쓴 노래라는 점에서, 이번 윤리위 징계의 배후로 지목한 ‘윤핵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런 정치적 공세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대표는 징계 당일부터 매일 변호사 등 참모진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펼쳐놓고, 당헌·당규 해석과 가처분 신청 여부 등을 염두에 둔 법리 검토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징계 결정 직후 당 대표로서 권한 행사를 못 하는 탓에 최고위 등을 통한 징계 무효화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대표 측은 아직 직무가 정지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당내 여론은 윤리위 결정 즉시 직무가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윤리위 재심 청구와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도 전망이 밝지 않다.

 이 대표의 반격 움직임에 대한 당내 여론도 비판적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대표로서 개인의 과거 문제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윤리위 징계 불복 의사를 밝힌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 대표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 세월 참 많이 남았다”며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시고 누명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이번 사태와 관련, “윤리위원회나 윤핵관들을 보면 조폭 같다, 이게 조폭들이 하는 일과 뭐가 다르냐”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윤리위 징계의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건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관련 경찰 조사다. 해당 조사에서 의혹을 벗는다면 모든 상황을 뒤집고 기사회생할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혐의가 입증되면 상당 기간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