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출신 해외입양 10명 더 있었다[형제복지원 '주례' 이야기]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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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소년 원생들이 식당 앞에서 열중쉬어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소년 원생들이 식당 앞에서 열중쉬어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공식 사망자만 513명이 확인되는 등 최악의 인권유린이 벌어졌던 부산 형제복지원을 거쳐 해외로 입양된 아동 10명에 대한 자료가 6년 만에 추가로 발견됐다. 특히 이번에는 캐나다인 주례 매티슨 씨의 사례(부산일보 6월 14일 자 10면 보도)처럼 해외로 입양된 일부 아동은 입소 경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시설로 옮겨져 입양됐다는 점에서 철저한 실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된다.


2016년 최초 11명 이어 추가 발견

10명 중 6명은 입소 당시 3~5세

모두 파출소 의뢰로 입소 확인

해외 입양까지 ‘3단계’ 기관 거쳐

형제복지원과 연루 여부 밝혀야


부랑아 단속 차량에서 내리는 아이들.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부랑아 단속 차량에서 내리는 아이들.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부산의 사회복지기관 18곳에서 입수한 ‘형제복지원 입소 관련 자료’를 부산시가 자체 분석한 결과 입소자 604명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들 중 매티슨 씨를 포함해 10명(남아 4명·여아 6명)의 해외 입양자 기록도 발견됐다. 10명 중 6명은 형제복지원 입소 시기가 있지만, 나머지 4명은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들 6명의 형제복지원 입소 때 나이는 3~5세이며, 평균 입소 기간은 가장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10개월이었다. 또한 입소 경위가 확인된 6명 모두 매티슨 씨의 경우처럼 파출소(경찰) 의뢰로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 입양 국가는 캐나다(5명)와 미국(3명), 스웨덴(1명)이었으며 1명은 입양 국가를 파악할 수 없었다. 부산시는 형제복지원에 있다가 다른 사회복지시설로 옮겨진 경우도 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에 착안해 이들 기관에 자료 제출 협조 공문을 발송한 뒤 일부 원생의 입양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형제복지원 출신 아동이 해외에 입양됐다는 사실은 2016년 처음 밝혀졌다. 당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형제복지원에 있었던 아동 11명(남아 4명·여아 7명)이 미국과 호주, 노르웨이, 프랑스 등으로 입양됐다. 이들은 형제복지원에서 홀트,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의 입양기관을 거쳐 해외로 떠났다.

2016년 처음 발견된 형제복지원 출신 입양아 11명은 1979년부터 1983년 사이 입양됐으며, 입양 당시 나이는 0~7세였다. 태어난 해에 바로 입양된 아동이 2명 있었고, 1세 때 입양된 아동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올해 부산시가 입수한 입양아 자료를 보면 입양 시기가 그 이후인 1984~1989년이었다. 또한 입양 때 나이가 1~10세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

가장 큰 특징은 10명 가운데 6명이 형제복지원에서 또 다른 사회복지시설인 옛 덕성보육원을 거쳐 대한사회복지회로 넘겨지는 ‘3단계’ 구도를 통해 입양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형제복지원과 함께 해외 입양에 연루된 사회복지시설이 형제복지원과 어떤 관계였는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머지 4명은 대한사회복지회가 형제복지원에서 이들을 바로 데려가 해외로 입양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깝게도 이들 10명 가운데 부산시와 형제복지원 사건을 조사 중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이는 매티슨 씨가 유일하다. 부산시 관계자는“형제복지원 출신 입양아들은 매티슨 씨처럼 자신이 형제복지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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