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76. 서양화로 표현한 동양화의 사유와 절제, 민용식 ‘고산월량(高山月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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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식(1921~1993) 작가는 경남 사천 출생이다. 국립북경예술전문학교(현 북경예술대학)를 졸업하고, 1940년대 귀국해 줄곧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1943~1944년 흥아미술전(중국 베이징), 경남미술전과 같은 관전에도 출품해 수상한 이력이 있다.

민용식은 1950년대 이후부터는 청맥전 창립회원, 군록전, 후기회전과 같은 지역 동인회를 통해서도 새로운 작품 발표하며 끊임없이 작업 활동을 이어갔다. 1960년대에는 한성여자대학교와 부산교육대학교에 출강하면서 후학 양성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산월량’은 1955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1979년 김대륜, 김봉진, 김홍석 등이 주축이 되어 부산시민회관에서 개최한 ‘부산미술 30년전’에 초대·출품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에 일부 화가들에 의해 시도되었던 ‘부산 화단의 추상화풍’ 양상을 짐작하게 하는 귀중한 작품이다. 사료적 가치 또한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과 나무를 표현한 듯한 부분은 마치 몬드리안의 기법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중첩되며 힘찬 줄기를 이루는 산의 구도는 산수화의 전형적인 구도에서 따온 듯하다. 특히 산맥의 끝이 치닫는 곳에 떠 있는 달의 배치는 이러한 느낌을 배가시키고 있다.

뻗어져 내려오는 산맥의 모습이 간결하고 절제된 굵은 선으로 둔중하면서도 활달한 느낌을 준다. 서양화로 표현된 ‘동양화의 사유와 절제’라 할 수 있을 만큼 표현 기법과 양식면에 있어서도 작가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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