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여름 특수에도 웃지 못하는 해수욕장 상인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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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유행 우려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피서객 급증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피서객 급증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서구 암남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서종담(67) 씨는 최근 〈부산일보〉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TV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3년간 겪은 매출 부진을 ‘악몽’으로 기억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걱정부터 앞선다는 것이다.

여름 피서철인 7월 말과 8월 초에 코로나 재유행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부산의 해수욕장 상인들은 다시 손님 발길이 끊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피서객이 몰려들면서 모처럼 여름 특수를 기대하던 상황이었지만 며칠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겨우 회복세로 돌아선 가게 매출이 다시 꺾일까 봐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운대 방문객 지난해보다 갑절

‘보복 여행’ 바람에 모처럼 대목

확진자 급증 소식에 악몽 떠올려

어렵게 회복된 매출 타격 우려

체온 측정기 다시 들일까 고민도

전문가 “세부적 방역 지침 필요”


서 씨는 “지난주만 해도 가게에 손님이 꽉 차곤 해서 이번 여름 장사에 기대가 있었다”면서 “송도해수욕장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매출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대포해수욕장 인근에서 분식집을 하는 정미숙(57) 씨도 체온 측정기를 다시 가게 안으로 들여야 할지 고심 중이다. 정 씨는 “주말 다대포해수욕장 인근 음식점들은 피서객들로 꽉 찰 정도로 손님이 많아졌다. 지역 상권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자꾸 늘어난다는 소식에 불안을 떨칠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여름 대목에 영업이 갑자기 중단되는 건 아닌지 걱정을 놓을 수가 없다”며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수욕장 근처에 임시 선별진료소나 간이 검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일정 수준 방역 관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부산 피서지 상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름 대목 장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부산 해수욕장마다 피서객이 빠르게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 해수욕장들이 지난 3년간 바깥 활동을 억눌러 온 아쉬움을 달래는 ‘보복 여행’의 목적지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실제 송도해수욕장은 지난해 7월 한 달 방문객이 약 65만 7900명이었으나 올해는 7월 중순이 되기도 전에 지난해 방문객 수를 훌쩍 넘겼다. 해운대해수욕장도 지난해보다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 해운대구청 관광시설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이달 해운대해수욕장 방문객(7월 1일~7월 23일)은 162만 16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해운대구청 관광시설관리사업소는 휴가 대목인 다음 주부터 8월 중순까지 피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에서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휴가를 온 김 모(27) 씨는 “항공료나 숙박료가 크게 뛰었고 해외여행 가기는 겁나 이번 여름 휴가는 부산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면서 “확진자가 더 늘어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휴가를 와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을 보유한 부산의 지자체들은 코로나19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 이정민 감염병대응팀장은 “여름철 해수욕장 방문객이 많아지고 있지만 전면적 거리 두기 도입 여부는 지역 상권, 감염자 추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면서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지자체도 함께 움직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지는 않더라도 세부적인 방역 지침은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는 “해수욕장은 밀폐된 곳은 아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밀집·밀접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전처럼 거리 두기를 하기 어렵겠지만, 개인에게 모든 방역을 맡기지 말고 피서객이 많이 밀집하는 지역에선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해수욕장 탈의 시설이나 인근 음식점 같은 실내 공간은 자주 환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지자체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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