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뉴노멀 시대, 고령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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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새로운 기준, 표준, 규범을 의미하는 ‘뉴노멀(New Normal)’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다. 이 용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에 대한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강조에서 부상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봉쇄, 격리 등 전례 없는 상황에서 뉴노멀의 촉발제가 됐다면, 뉴노멀을 가능케 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었다. 디지털 기술(AI, 로봇, IoT, 플랫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재택·원격 근무, 비대면 교육·상담·진료·커뮤니케이션은 바이러스가 단절시킨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일상을 지원했다. 위기에 대한 대응,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과 활용은 이제 사회정책에서 새로운 표준이 됐다.

디지털 기반 4차 산업혁명 뉴노멀 촉발

노인에 대한 개념과 연령 기준 재논의

새로운 시대 적합한 고령화 정책 요구

중고령자 인적 자원 활용 교육 필요

건강관리·돌봄서비스 새로운 접근

대면·비대면 통합 돌봄 체계 구축해야

한국에서 뉴노멀을 논의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강력한 요인이 또 있다. 초고령화다.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인데, 통계청 장래 인구추계는 2025년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전망했다. 1970년 62.3세에 불과했던 기대수명은 2020년 83.5세로 21년이 늘었다. 한국은 백세시대,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역사상 한 번도 걸어 보지 못한 길 위에 서 있고, 고령화 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요구 받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노인 개념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노인 연령 기준은 고령자고용법 시행령 55세 이상, 노인복지법의 노인 학대 개념 정의, 기초연금법의 수급 대상 65세 이상으로 상이하다. 기대수명 80세 이상, 건강수명 70세 이상으로, 만 60세 생일을 축하하는 회갑연이 옛말이 된 시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다. 노인 규정은 은퇴 및 연금 개시 연령과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현재 법정 정년은 만 60세이고, 연금개시연령은 만 62세이다. 사실 심신의 노화에 따른 사회적 역할, 능력은 개인차가 존재하며, 건강 상태가 좋아 계속 일하고 싶다면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노인 기준의 상향, 정년 연장, 그에 따라 연금제도, 고용보험, 최저임금제 등 제도 조정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진국이 정년 및 연금개시연령을 높이는 데 합의했다.

이때 불안정한 고용이 ‘노멀’이 된 중고령자의 현실에 대한 대응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사실 ‘신중년’, ‘신노년’으로 지칭되는 5060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도 높고 더 많은 일 경험과 활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들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55~64세 연령층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49.3세로 법정 정년에 한참 미달한다. 중고령자의 고용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정년 연장을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고령자의 고용유지와 채용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 디지털화 진전에 따른 직무 전환과 이직·전직 지원을 위한 디지털 기반의 역량 개발 교육·훈련 지원이 필요하다. 노인인구 천만 시대, 지속적으로 일할 기반을 마련하고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뉴노멀이 됐다.

둘째, 초고령사회와 팬데믹 시대는 보편화된 돌봄, 중단 없는 돌봄을 뉴노멀로 요구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노인요양시설들이 감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된 만큼,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는 시설 운영의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건강관리와 돌봄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4차 산업기술 기반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 사실 기술 기반 비대면 돌봄서비스는 2008년부터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사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로운 돌봄서비스 모델로 급부상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IoT 기기를 설치해 일상을 관리하고 위급상황 시 대응하는 ‘취약 어르신 안전관리 솔루션 사업’을 실시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복지시설 휴관, 대면 서비스 축소에 따른 돌봄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2020년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상용화, 보편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중앙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AI와 IoT 센서 기술이나 로봇 등을 건강 및 안전관리, 돌봄서비스에 활용하는 사회문제 해결형 복지 기술 R&D 투자에, 지방정부는 민관협력을 통한 복지 기술 기반 제품·서비스의 상용화 및 산업화 지원, 비대면 서비스와 대면 서비스의 촘촘한 연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일차 의료 체계 강화와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하게 나이 들어가도록 지원하는 통합 돌봄 체계 구축은 기본이다. 부산은 전국의 대도시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노인과 바다의 도시’다. 뉴노멀 정책 전환이 더욱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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