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혁신의 시대를 지나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호석 신한금융투자 서면PWM PB

우리는 1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2차, 3차를 거쳐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우리는 늘 성장에 목말랐고 성장이 귀한 시대에 살고 있다.

주식시장은 성장에 대한 갈증을 혁신이란 단어로 해소한다. 새로운 재료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속성까지 감안하면 혁신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특히 최근 10년 간 그러한 경향이 매우 두드러졌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대신 기술적 혁신을 보유한 기업과 산업에 대한 선호는 점점 높아졌다. 혁신에 대한 갈망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네플릭스·구글), ‘MAGAT’(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테슬라) 같은 신조어로 나타났고 관련 기업의 주가 또한 기록적으로 상승했다.

혁신은 늘 새롭게 보이지만 내용이 달라질 뿐 형태는 되풀이된다. 이를 미국의 IT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하이프 사이클〉이라 부른다. 설명에 따르면, 혁신은 총 5단계를 거친다.

1단계 ‘발생기’는 기술의 가능성만 존재하며, 2단계 ‘버블기’에선 부풀려진 기대감이 정점에 도달하고 주가 또한 고점을 형성한다. 이후 기대감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분위기가 냉각되어 3단계 ‘환멸기’, 4단계 ‘계몽기’를 거친다. 마지막 5단계 ‘생산성 안정기’에 이르면 혁신은 일상이 된다.

〈하이프 사이클〉은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미 대표적인 사례를 경험했다. 바로 국내 통신업종이다. 처음 통신기기가 보급되던 시기, 전 국민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통신주는 저점 대비 2만% 가량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 버블기 이후 환멸, 계몽 단계를 거쳐 현재 생산성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다. 지금의 통신업종은 대표적인 안정적 배당주다.

최근까지 우리를 이끌던 FAANG과 MAGAT는 3단계 ‘환멸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간의 폭발적인 성장을 거쳐 평이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초입이다.

혁신의 반대편을 주목해야한다. 꾸준한 성과가 있음에도 혁신에 가려져 주식시장에서 소외받는 저평가된 업종들이 존재한다.

주식은 저평가된 정도가 심할수록 미래의 기대수익률이 더 높아지므로 혁신에 의지하기 힘든 현시점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성장성보다 수익성, 혁신성보다 지속성을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