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20배 더 연습한 결과”…부울경 접수한 ‘국악 우영우’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장애인 풍물패 ‘굴렁쇠’

지난달 30일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풍물패 ‘굴렁쇠’ 연주자들이 영남농악을 연습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대한민국장애인경연대회 부울경 본선에서 국악부문 금상을 수상해 올 10월 예정된 최종 경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풍물패 ‘굴렁쇠’ 연주자들이 영남농악을 연습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대한민국장애인경연대회 부울경 본선에서 국악부문 금상을 수상해 올 10월 예정된 최종 경연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결성 10주년을 맞은 부산의 장애인 풍물패 '굴렁쇠'는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 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전국 무대로 직행했다. 이들의 국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여느 풍물패 단원 못지 않다.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천재 변호사 이야기를 담은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가 높다. 덩달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우리 곁의 우영우’인 굴렁쇠 단원들에게도 반가운 눈길이 쏠린다.

“처음엔 사물놀이의 큰 소리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서로의 악기 소리에 집중하며 연습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20대 발달·지적장애인 25명

악보 없이 가능한 사물놀이 도전

우여곡절 겪고 10년 만에 결실

부울경 장애인 경연대회서 금상

10월 전국 대회 앞두고 맹연습

“장애인 성공담에 머물지 않길”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30분 부산 남구 용호동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풍물터 ‘만판’에서 발달장애인 풍물패 굴렁쇠를 지도하던 김경란(56) 대표는 10년 전 풍물패 결성 초반 연습 현장을 눈앞에 그리는 듯 입을 뗐다.

20대 초중반 발달장애인과 지적장애인 25명으로 구성된 굴렁쇠는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아 뜻밖의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18~19일 열린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경연대회 부울경 본선에서 국악부문 최우수상 격인 금상을 수상한 것이다. 올 10월에는 각 부문 수상자들 간 최종 경연이 예정돼 있어 매주 3번씩 모여 맹연습을 하고 있다. 굴렁쇠에서 장구를 연주하는 지적장애인 하지원(24) 씨는 “상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날도 수준급 실력을 갖춘 굴렁쇠 1군 멤버들의 영남농악 연습이 한창 이어졌다. 꽹과리를 치는 지체·지적장애인 박준우(27) 씨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북 연주자 5명이, 오른편에는 장구를 치는 6명이 앉았다. ‘덩!’ 박자에 맞추어 장구 연주자는 궁채를, 북 연주자는 북채를 높이 드는 퍼포먼스를 여러 번 반복해 연습했다.

김 대표는 “잠깐 집중 끝에 산만해지고, 가끔 나오는 돌발 행동에 당황하기도 했다”며 “비장애인 풍물 연습보다 20배에 가까운 노력을 해 지금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우리만의 단독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풍물패 굴렁쇠는 한 발달장애인 부모의 작은 희망에서 시작됐다. 글자와 숫자를 외우지 못하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이외순 씨가 10년 전 ‘악보 없이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사물놀이라면 우리 아들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김 대표를 찾아다니며 부탁한 끝에 풍물패가 결성됐다. 결성 당시 10대이던 구성원들은 어느새 성인으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준강사 자격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서 현장 공연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들의 성과도 또 하나의 뛰어난 장애인 사례로 주목받는다. 특히 풍물패 결성을 주도한 이 씨는 우영우에서 비롯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반갑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의 눈부신 성공기보다 그렇지 않은 사례에 대해 주목하고 현실적인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를 벗어난 성인 장애인이 우영우만큼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바쁜 하루를 보내는 건 매우 드문 사례인 게 현실이다.

이 씨는 “장애인은 학교를 벗어나면 정말 할 일이 없다”며 “취업을 하거나 참여할 만한 프로그램을 열심히 찾지만, 수요에 비해 그런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고용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을 갖더라도, 계약직이 많아 고용이 불안정하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 발달장애의 경우 매번 바뀌는 환경이 또 다른 장애물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잠깐의 관심이 아니라 장애인의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