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반도체 초강대국 구상’ 지역은 없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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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반도체 특위 4일 발의 법안
지역균형발전 역행 내용만 포함
“지역 인재 수도권에 더 흡수” 우려
지역 정치권 무기력 질타 목소리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에는 지역이 없다.”

 국민의힘이 2일 발표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을 두고 비수도권에서는 이런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춰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나섰지만 핵심 국정과제인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내용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비수도권 정치권의 무기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함께, 지금이라도 공동 전선을 구축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반도체 경쟁력 강화 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을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일인 4일에 맞춰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조례특례제한법 개정안’ 두 가지로 구성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 첨단산업단지 조성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 외에도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또 관련 인력 양성과 재교육을 위해 교육공무원 등의 겸임과 겸직을 가능하도록 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 기간을 2030년으로 연장 △공제 액수는 기본 20%부터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0%, 초과분은 5%로 확대 △ 우수한 첨단전략산업 외국인 기술자들의 유입을 위해 조건을 갖춘 외국인 기술자의 세액 감면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여당의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에 대해 지역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비수도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지역균형발전 원칙을 배제한 채 무조건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의사를 밝히는 데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시해 왔다.

 특히 지역 대학은 공과대학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수도권의 반도체 학과 증원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인재 유출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여기에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기술자의 세액 감면 기간을 확대한다는 내용마저 포함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교육 양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배수현 부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계약학과 등이 만들어질 것이고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더 빠르게 흡수될 것”이라며 “해외 인력의 소득세 감면 등의 지원으로 해외의 우수한 연구자들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그 연구자가 대학으로 흡수될 경우 지방과 수도권의 교육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배 실장은 이 같은 형태의 반도체 산업 육성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산업 격차 증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법 개정에 맞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내용만 발표했으나 다양한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책도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용이한)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제대로 된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선 지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첨단전략산업 이식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사실상 수도권과 지역을 나누는 이분법은 이제는 버려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전 지역의 수도권화와 전 지역을 반도체산업 경쟁력 도시로 만드는 것이 본 특위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양 의원도 광주 서을 지역구 의원이 아닌가”라며 “비수도권의 고통을 이렇게 공감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수도권 외 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와 여당의 반도체 산업 육성 방침에 대해 비수도권 정치권의 무기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여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과 지선에서 부산 시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지만 그에 대한 응답이 이런 것이냐”며 “부산, 울산, 경남 다수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떤 행동이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화한는 상황에 영남, 호남 등 지역을 막론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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