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에미상 넘어 역사가 되다(종합)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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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에미상 6관왕 쾌거

감독상 황동혁·남우주연상 이정재
비영어권 최초 주요 부문 트로피
오영수·정호연 등 조연상은 불발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12일(현지시간)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 배우 겸 모델 정호연, 감독 황동혁, 제작자 김지연, 배우 이정재, 배우 박해수. AFP연합뉴스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12일(현지시간)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 배우 겸 모델 정호연, 감독 황동혁, 제작자 김지연, 배우 이정재, 배우 박해수. AFP연합뉴스

황동혁(51) 감독과 배우 이정재(49)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비(非)영어 드라마와 감독·배우가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이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건 물론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은 황 감독이었다. 황 감독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하 에미상)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황 감독은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세브란스: 단절’의 벤 스틸러, ‘석세션’의 로렌 스카파리아 등과 이 부문 트로피를 놓고 경쟁했다.


황 감독은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은 뒤 유창한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황 감독은 “사람들은 내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우리 함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황 감독은 “비영어권 작품으로 에미상을 받은 게 처음이라고 하는데 이 상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면서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시상에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 이정재는 영어로 “생큐 소 머치”라고 가볍게 인사했다. 그는 영어 소감에서 “신과 에미상,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뒤 “황 감독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의 문제들을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로 스크린에 창의적으로 옮겨냈다”고 했다. 이어 한국어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으로 이정재는 아시아 국적 배우 중 최초로 에미상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서 마지막 456번 참가자 ‘성기훈’으로 출연했다. 기훈은 일자리를 잃은 뒤 경마 도박에 빠져 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다.

이날 시상식을 생중계한 미국 NBC는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을 수시로 비추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에미상 측은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의 시상자로 나선 이정재·정호연을 위해 거대한 크기의 영희 인형을 배치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무대에 오르며 영희 인형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퍼포먼스를 펼쳐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과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데다 K콘텐츠의 힘을 증명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값지다. 정지욱 문화 평론가는 “한국 콘텐츠의 힘을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증명했다”며 “30년 연기 경력의 이정재가 물 익은 연기를 보여줘 콘텐츠의 힘을 더했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감독과 배우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 있다는 걸 공인받은 것”이라며 “그동안 감독들이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질적인 부분에서 인정받았는데 이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에미상은 1949년 시작된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The 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 ATAS) 주관 미 방송계 최고 권위상이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지난 4일 스태프 대상으로 열린 에미상에서 게스트상(단역상), 프로덕션 디자인상(미술상), 스턴트 퍼포먼스상, 특수효과상을 받아 4관왕에 올랐다. 이날 감독상, 남우주연상까지 추가하며 올해 에미상 6관왕을 달성했다. 남녀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정호연, 오영수, 박해수는 수상이 불발됐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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