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히는 대통령 공약, 수수방관 정부·여당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진은 지난 2021년 12월 4일 오후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북항재개발 홍보관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으로부터 북항재개발과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진행 상황을 설명받고 있다. 부산일보DB 사진은 지난 2021년 12월 4일 오후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북항재개발 홍보관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으로부터 북항재개발과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진행 상황을 설명받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무산 사태의 여진이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까지 채택된 부울경 메가시티가 같은 당 지자체장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여권 내 지역 정책을 총괄·조율하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선서 ‘성공적 메가시티’ 천명

대통령직 인수위도 국정과제 채택

같은 당 광역단체장 반대로 판 깨져

여당·정부, 무관심 일관 사태 키워

지방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드러내


부울경 메가시티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지역 발전 관련 핵심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가진 대선 후보 인터뷰에서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해 “준비 단계에서의 지원 조직을 강화하고 특히 외국의 다양한 특별자치단체 사례들을 검토해 성공적인 메가시티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5대 광역 메가시티와 스마트 강소도시 연계 육성’을 공약했고, 당선 이후 ‘지방시대’를 천명하면서 메가시티를 그 중심에 둬 왔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올해 5월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에 초광역 메가시티가 포함됐다. 6월에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메가시티 조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지역 간 협력 확대를 늘리고, 지역 특성을 살린 강소도시를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는 등 일관되게 메가시티 육성을 지방 시대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 19일 부울경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용역 결과 발표에서 “비용만 낭비하고 실익이 없다”면서 그 이유로 ‘부울경연합과 관련한 국가 차원의 발전 전략 부재’ 등을 언급했다. 정부가 수차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여당 소속 단체장이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내부 비판을 한 셈이다. 박 지사가 2026년을 목표로 역제안한 부울경 행정통합도 여론 수렴이나 현실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불참을 정당화하기 위한 ‘면피성’ 명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올해 6월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뀐 경남과 울산이 국정과제인 메가시티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고, 결국 무산시키기까지 정부가 어떤 개입도, 조율도 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중앙당은 물론 부울경 시·도당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긴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이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수시로 ‘지방시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대표적으로 현 정부에서 지역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원회’는 전임 정부의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폐합하지만, 행정·재정권을 갖지 못한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로 오히려 위상이 격하됐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당초 ‘부총리급 독립 부처’로 구상한 것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비수도권 대학 전체의 반대에도 첨단 산업 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대학 정원 등 수도권 규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가 일부 지자체의 이해관계 때문에 뒤집혔는데, 여권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극히 이상한 일"이라면서 "이런 식으로는 '지방시대' 비전이 실행 의지 없는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의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