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친수공간, 이상기후에 대비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상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온실가스로 이상기후 현상 일상화
빙하 녹으며 해수면 갈수록 상승
대기·해양 상호작용 우선 살피고
외부 충격 견딜 내구성 강화 시급

지진, 태풍, 그리고 아버지. 이웃 나라 일본 아이들이 세상에 제일 무서운 세 개로 꼽는 것들이라고 한다. 지진과 태풍은 섬나라에 사는 일본인의 삶 속에 깊숙하게 배어 있는 근원적인 공포이다. 안타깝게도 그 공포가 점차 한반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1959년 9월에 발생한 사라 태풍은 규모가 힌남노와 비슷했지만, 8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훨씬 큰 피해가 있었다. 태풍에 대비한 인프라가 그동안 어느 정도 구축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여름 지구촌 사람들이 사상 최고의 고온 현상에 적응하지 못해서 일제히 당황했던 사실을 금세 잊어서는 안 된다. 이상기후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처럼 더욱 자주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태풍은 저위도 지역에서 대기와 해양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발생한다.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할 때 태풍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태풍 발생의 에너지원은 수온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태풍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독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태풍을 포함한 이상기후 현상은 과거 수백만 년 전부터 있던 자연현상이라는 것이다. 태평양 열대지역에 흔한 산호나 퇴적물을 분석해 본 결과가 그렇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가동되는 한 앞으로도 거대한 태풍이 발생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상기후가 더 과격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모두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힌남노는 규모나 피해 지역이 예상을 빗나갔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고 앞으로 정확한 예측과 대응이 중요하다. 맨해튼, 상하이, 부산의 공통점은 ‘워터 프런트(water front)’로 친수공간이 확보된 해양도시라는 점이다. 이들 해양도시는 이상기후와 더 친밀해져야 한다. 그러나 부산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너무 취약하다. 힌남노가 덮쳤을 때 마린시티와 송도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친수공간이 있는 지역을 활용만 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심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언젠가는 기후변화, 이상기후, 해수면 상승으로 현재의 친수공간이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빙상의 융해나 해수의 열팽창에 의해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 친수공간은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나 해수면 변화에도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친수공간에 대한 개발계획, 환경관리 계획은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최근의 경향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세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해양수도 부산이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을 우선 살펴야 하는 이유다. 친수공간이 있는 세계 주요 도시는 과거의 재해를 복원, 분석하고 미래 예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친수공간을 정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미국은 태풍이나 홍수 등 이상기후 대응을 위해 ‘국가해양대기청(NOAA)’의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연안 퇴적층에 기록된 과거 기록을 참고로 국가 차원의 특별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전 교육과 대응법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도 기상청을 통해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발생 시 대응과 피해 저감을 위한 구체적 행동강령을 마련해 놓고 있다. 물론 우리 중앙정부도 미국, 일본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과 같은 지방정부에서는 중앙정부와는 별개로 진일보한 구체적 대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과거의 대형 재해 발생 자료를 축적하고,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대응안을 마련해야 한다. 초대형 태풍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는 친수공간 침수에 대한 도시 전체의 수치모델을 활용하는 방법은 그 한 예이다.

친수공간은 사실 해양과 육지의 완충지역으로 남겨 놓았어야 할 지역이다. 해수욕장 뒤편에 사구(砂丘)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래를 공급받고 저장하는 사구의 역할은 건강한 해수욕장이 유지되기 위한 필요 조건이다. 이제 부산이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친수공간을 정비해야 한다. 이미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친수공간에는 온갖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 강화 차원의 단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친수공간 정비나 개발계획에 미래 예측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외양간을 고친 후에는 다시는 소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다시 새겨야 할 경구다. 아름다운 친수공간과 함께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에 대처할 수 있는 부산으로 재탄생하기를 희망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