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빌려서 저기 막고… 다중채무자, 올해 45% ‘급증’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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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기관 나이스 6월 말 집계
3개 이상 금융기관서 ‘영끌’ 대출
자영업 다중채무자 평균 ‘5억’ 빚
가계 다중채무자도 올해 451만 명
금리 상승 따른 위험 현실화 경고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올해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급증했다. 이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결국 경제·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부산 시내 한 가게에서 직원이 매장 정리를 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올해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급증했다. 이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결국 경제·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부산 시내 한 가게에서 직원이 매장 정리를 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약 2년 반 동안 코로나19 충격을 빚(대출)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한계를 맞고 있다. 이미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최대한 끌어 써 더 빌릴 곳도 없는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올해 들어 6개월 사이 45%나 급증했고, 이들의 평균 대출액도 거의 5억 원에 이른다.

일반 가계 다중채무자도 451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른 국내외 통화 긴축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뛰면 이들 다중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결국 경제·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5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약 688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37조 원)보다 8.0% 많고, 1년 전인 지난해 6월(596조 원)과 비교하면 15.6% 불었다.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수도 지난해 말 이후 6개월 사이 279만 명에서 325만 명으로 16.5% 늘었다.

6월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은 평균 2억 1175만 원(688조 원·325만 명)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체 자영업자 수나 대출액 증가 속도보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액이 훨씬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권, 금융당국 등은 다중채무자를 금리 인상기에 부실 가능성이 가장 큰 대표적 ‘취약 채무자’로 분류·관리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 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 6839명)과 비교해 불과 6개월 사이 44.7%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다중채무자의 대출액도 162조 원에서 195조 원으로 2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다중채무자의 수와 대출액은 전체 자영업 대출 중에서 각각 12.8%, 28.4%를 차지했다. 비중이 6개월 전(10.3%·25.5%)보다 각 2.5%포인트(P), 2.9%P 늘었다. 자영업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올해 6월 현재 4억 6992만 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40대(40∼49세)가 13만 5874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13만 3357명)를 포함해 40∼50대가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비 증가율은 30세 미만이 59.2%로 가장 높았다.

한은은 이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 과다 차입자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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