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렬사 안락서원 복원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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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당장 복원 나서야” vs 부산시 “기록화 사업부터”

부산 동래구 충렬사 안락서원 내부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동래구 충렬사 안락서원 내부 모습. 부산일보DB

군사정권 당시 정화 사업으로 옛 건물 대부분이 헐린 충렬사 안락서원 복원 사업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시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복원 사업에 앞서 서원의 옛 모습을 남기는 기록 사업을 올해 우선 시작하기로 했지만, 동래 유림 측은 50여 년간 지연된 복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반발하는 중이다.

부산시는 충렬사 안락서원의 원형을 찾기 위한 기록화 사업을 올해 7월부터 연말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안락서원의 옛 모습을 정확하게 조사해 도면 형태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기록화 사업의 핵심이다.


1978년 유신정권 때 건물 철거

복원 비용 150억 원으로 막대

수차례 용역서 매번 재검토 결론

유림 “50여 년간 지연” 반발

시 “원형 기록 등 철저히 해야”


충렬사 안락서원은 1605년 동래 부사 충렬공 송상현을 모시기 위해 송공사를 세운 것이 시초다. 부산에서는 유일한 서원이자 부산시 지정 문화재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정책, 일제 강점기 등을 거치면서도 그 모습을 유지하다가 1978년 정권의 정화 사업으로 건물이 철거됐다. 철거 당시 부산시는 안락서원 복원을 약속하며 서원의 고건축 자재들을 따로 보관했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자재는 모두 소실됐다. 현재는 재단법인 충렬사 안락서원이 제향을 올리며 서원의 전통과 명맥만 유지해오고 있다.

부산시는 안락서원의 복원 사업을 위해 수차례 용역 등을 시행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2008년 ‘충렬사 정비 및 운영 기본계획’, 2016년 ‘안락서원 이전 복원 용역’, 2018년 ‘충렬사 종합 정비 용역’ 등 관련 용역이 시행됐으나 막대한 예산과 시민 공감대 부족 등의 이유로 복원 사업의 시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 기록화 사업은 성급한 복원 사업 진행에 앞서 안락서원의 원형을 우선 기록한다는 취지다.

부산시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복원 사업의 시행에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부산시 문화재 심의위원회는 안락서원 복원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당시 심의위원회는 현 충렬사 내 건물들은 건립 40년으로 철거할 만큼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를 허물고 150억 원이 소요되는 안락서원 복원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향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안락서원의 복원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며 “복원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예산 낭비가 되지 않기 위해 원형 기록 등 사전 단계를 보다 철저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래 유림 측은 복원 사업에 부산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락서원의 기록화 사업은 복원 이후에 이루어질 절차이지 복원 이전에 우선 시행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안락서원 복원추진위원회 박동현 위원장은 “부산시는 수차례 용역 등을 통해 복원 사업을 검토했지만 매번 재검토로 결론이 났다”며 “이미 안락서원의 원형 관련 기록은 다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급한 복원 사업에 앞서 기록화 사업을 먼저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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