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 다중채무자 급증, 연착륙 지원 서둘러야
더는 대출이 힘든 채무 많아 부실 우려
금융 위기 예방 차원의 부담 완화 시급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금융권 대출 등 빚으로 근근이 버텨 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고금리 때문에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려 2년 반 동안 영업난에 시달린 이들 가운데 급전이 필요해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급증하고, 이들의 대출 금액도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올 들어 큰 폭으로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까지 급속히 불어나 시름과 불안에 밤잠을 설치고 있을 정도다. 다중채무자들에게 닥친 어려움을 방치할 경우 자칫 금융 위기로 이어지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착륙 유도를 위한 실효적인 보호 대책이 요구된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다중채무 자영업자는 41만 4964명으로, 불과 6개월간 44.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대출액은 162조 원에서 195조 원으로 20.3% 늘었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다중채무자와 대출의 규모가 커진 것도 문제이지만, 채무자 수와 대출액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 심각성을 더한다. 금융권은 여러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돈을 끌어 써 더 이상 손 벌릴 데가 없는 다중채무 자영업자를 ‘취약채무자’로 분류·관리하고 있다. 급속히 늘어난 이들이 대출 이자 부담 등 자금난을 못 견뎌 무더기로 도산할 경우 금융권 부실로 번질 수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급등한 금리가 경영난 심화로 가뜩이나 벼랑 끝에 내몰린 다중채무 자영업자들의 부실 가능성을 높이는 실정이다. 개인사업자들의 대출에 있어서 부담이 덜한 3% 미만 금리의 비중이 최근 9개월 새 72%에서 24%로 급감했다는 금융감독원의 국감 자료에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대출금리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4% 이상의 금리 비중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출 급감과 인건비 등으로 빚만 쌓이는 상태에서 대출 이자 부담까지 빠르게 커져 폐업 등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자영업자가 부쩍 많아졌다.
앞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다중채무 자영업자들의 ‘부채 폭탄’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다. 미국의 기준금리 급등으로 연말에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각각 3.0, 8.0%대에 이를 전망이어서다. 자영업자 부채의 무더기 부실이 현실화되면 금융권은 물론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채무 조정을 돕는 저금리 전환과 새출발기금 프로그램을 이른 시일 내 가동키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너무 경직된 운영으로 ‘그림의 떡’이 돼선 곤란하다. 도덕적 해이가 없는 선에서 다중채무자들이 연착륙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신속한 시행이 절실하다. 또 고율의 사채업자와 금융기관의 이자놀이 감독 강화와 함께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