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5년 지난 지금도, 영화제에 그가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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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지석 다큐 ‘지석’ 공개
출연 영화인들 ‘아주담담’ 참여
고인 관련한 일화·추억 공유
“아름다운 미소” 한목소리
“가족과도 같은 사람” 평하기도

8일 영화인들이 고 김지석 전 BIFF 수석 프로그래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담담-지석’ 행사가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안지현 인턴기자 8일 영화인들이 고 김지석 전 BIFF 수석 프로그래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담담-지석’ 행사가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안지현 인턴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BIFF의 창립 멤버인 고 김지석(사진) 전 수석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지석’을 특별상영한다. ‘아시아영화의 허브’라는 BIFF의 정체성을 구상하고 완성했던 그를 추모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다큐에 직접 등장해 그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던 해외 영화인 4명과 김영조 감독이 8일 오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토크 프로그램 ‘아주담담’에 참석했다. 진행은 박성호 BIFF 프로그래머가 맡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모두 그를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했다. 올해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연출 멘토로 활동 중인 말레이시아의 탄 취무이 감독은 “영화제에 오면 늘 그가 있었는데 , 그가 없다는 게 너무 이상하고 믿기지 않는다”며 “영화제를 찾는 신진 감독들은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길래 매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큐를 보고 나면 한 사람의 꿈이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영화제를 만들어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비앙카 발부에나 프로듀서는 그와의 마지막 만남을 기억했다. 발부에나 프로듀서는 “말레이시아아영화제에서 만난 그에게 내가 ‘당신은 따뜻한 미소를 갖고 있다’고 했더니, 그가 내게 ‘당신도 오늘 밤 웃게 될 거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실제로 큰 상을 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지석은 필리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생전에 아시아영화펀드 등을 통해 많은 지원을 했고, 그 덕분에 필리핀과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영화감독 겸 프로듀서인 브래들리 류는 “2012년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것도 처음이었고, 언제 감독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그는 항상 멋진 미소로 따뜻한 악수를 청해 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나중에 필리핀에서 김지석을 다시 만났는데, 그가 얼마나 유명하고 권위 있는 사람인지 그때서야 알게 됐다”며 “신인 감독들이 영화에 대해서 물어보면 항상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해 줬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 친밀하고 인간적으로 대해 줬다”고 말했다.

이란의 쇼흐레 골파리안 프로듀서는 “김지석은 전 세계 어떤 프로그래머와도 달랐다. 영화인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프로젝트를 다 챙겼다”며 “이란의 어떤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늘 질문하고 관심을 가졌다”고 기억했다. 이어 그는 “편집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인데도 먼저 관람을 하며 프로젝트를 챙겼다. 그랬기 때문에 이런 좋은 영화제를 만들고 신진 감독을 발굴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그를 가족처럼 생각했고, 그도 실제로 나를 누나라고 불렀다”며 “영화인 전체에게 그는 가족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게 부산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지석’을 만든 김영조 감독의 기억은 좀 달랐다. 김 감독은 “나에게는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곤경에 처했을 때 힘들어하던 모습, 슬퍼 보였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며 “사태가 진정돼 갈 때쯤 지인을 통해 큰 선물을 주셨는데, 왜 줬는지 묻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부채 의식 같은 게 있었다”고 했다.

박성호 BIFF 프로그래머는 “다이빙벨 사태 이후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영화제를 지키고 영화인 지원을 계속할 수 있게 노력하셨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에게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더 잘되도록 하는 것, 영화인들에게는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고 영화제가 없는 나라라면 영화제를 키워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라는 숙제를 남겨 주고 가셨다”고 말했다.

김지석 전 수석 프로그래머는 2017년 5월 18일 칸영화제 출장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주역인 그는 영화제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기까지 큰 기여를 했다. 한국영화와 감독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고 아시아 각국의 감독을 지원하는 데 열정을 바쳤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BIFF와 함께 성장한 아시아 영화인들이 들려주는 고 김지석 BIFF 전 수석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지석’은 10일과 12일 두 차례 상영을 남겨 두고 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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