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부산 100년 플랜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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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내년이면 부산직할시 승격 60주년
엑스포 유치, 도시 변혁 촉매제 기대
미래 번영 위한 도시공간 개혁할 때

어디서 보았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현재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순간 흐릿한 기억은 확신으로 변한다. 지난주 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발제를 했다. 문득 ‘중앙정부가 지난 몇 년간 광역철도 예산 중 95%를 수도권에 쏟아부었다’는 수치가 떠올랐다. 그 자리에 있던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수치를 바로잡아 주었지만, 그도 지역에서 느끼는 불평등한 현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우리는 현재 ‘초집중된 서울공화국’에 살고 있다.


서울공화국에서 부산은 유일한 저항의 근거지다. 균형발전의 희망이고 보루다. 부산이 미래에 살아남을지, 그래서 다시 번영할 수 있을지가 균형발전의 승패를 가름한다. 실제 부산은 우리나라 근대 경제발전의 중추 기지였다. 항만물류가 국가경제 발전의 기초일 때 부산은 이를 도시공간 구조에 반영했다. 항만에 내린 물류를 신속히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철도와 고속도로를 도심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를 기반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동시에 도시공간 구조도 기형적으로 왜곡됐다. 항만물류 교통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면서 보행자와 대중교통 중심의 현대적 도시 발전은 더디게 진행됐다. 그 결과 부산은 미세먼지가 자욱한 걷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되어, 오히려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도시로 역주행했다.

내년이면 부산은 직할시 승격 60주년을 맞는다. 1960년대 이미 인구 100만 시대를 전국에서 두 번째로 열며 서울과 함께 국가 발전을 주도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도 비약적으로 성장을 시작해, 이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최근 부산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하이테크, 연구개발(R&D) 등 첨단 기업들이 부산을 외면하고 있다. 인구는 꾸준히 감소 중인데, 특히 청년층 이탈은 심각한 지경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부산의 당면 과제다. 우선 떠오른 과제는 부산의 전반적 공간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물류가 도시 외곽 신항으로 대거 옮겨 갔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 또한 지하화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공간 구조 변화가 최근 재개발이 진행되는 도심 내 북항과 연계된다면 부산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심과 워터프런트(waterfront)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시민들은 걷고 싶은 도시를 만끽할 것이다. 이는 부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세계적으로도 뒤지지 않는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인재들과 많은 기업이 다시 몰려들 것이고, 이는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문제는 실행이다. 이런 사업이 실제 진척되지 않고 국가사업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수도권에 밀리고 있다. 이 지점에서 부산시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월드엑스포 유치는 매우 중요하다. 초창기 부산 외곽에서 도심인 북항 주변으로 엑스포 예정 부지를 옮긴 건 도시공간 구조 변화와 관련하여 ‘신의 한 수’였다. 엑스포 유치는 부산의 도시공간 구조 변화를 실천할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내년이면 개최 130주년이 되는 시카고박람회를 보자. 도시 역사에서 시카고박람회는 도시공간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사례로 유명한데, 박람회 이후 시카고시는 최초의 근대도시 계획을 입안해 실행했다. 당시 시카고박람회의 주제가 산업혁명으로 인한 오염된 도시를 개선하고 깨끗한 환경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White city’라는 슬로건이 말해 주듯 흰색으로 박람회장 전체를 칠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만큼 깨끗한 환경을 열망하던 때였다. 박람회 이후 시카고는 도시환경이 대폭 개선되고, 미국 중부 물류의 중심지로서 발돋움하면서 현재 도시 번영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우리 부산도 엑스포를 통해 도시공간 구조를 대폭 바꾸고 새로운 도시 번영을 달성할 기회를 맞았으면 한다. 현재 제안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함과 동시에 부산을 중심으로 한 교통 시설을 대폭 개선해 국토 남쪽에 수도권과 대등한 새로운 권역이 형성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맞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부산 주변의 노후화된 국가산단이 있는 영남권 거점지역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지난주 부산을 방문하였던 미국 텍사스주립대의 도시계획학 석학인 패터슨 교수는 이제 도시는 100년 이후를 내다보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그는 기후변화를 고려한 안전한 도시도 아울러 강조했다.

어쨌든 우리 부산은 내년이면 직할시 승격 60주년이 된다. 앞으로 100년 뒤 경제적 번영, 사회적 포용, 안전한 도시를 포괄한 지속가능한 부산의 미래 번영을 위해 지금부터 이를 계획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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