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간 2.5%P 오른 금리… 33조 추가 이자, ‘폭탄’ 임계점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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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0.50%P 인상 빅스텝 나서
가계 이자 부담, 크게 늘어날 듯
주담대 금리, 연내 8% 육박 예상
영끌·빚투, 부실 우려 ‘초비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인상한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인상한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서며 가계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는 최근 14개월 동안 0.5%에서 3.00%로 2.50%P나 인상됐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금리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대출금리도 빠르게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내 8%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730∼7.141% 수준이다. 변동혐 금리도 4.510~6.813%로 7% 돌파를 목전에 뒀다.

특히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P 인상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를 최소 3.25%에 달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10월과 11월 기준금리 상승 폭(0.75%P)만큼만 높아져도 현재 7% 안팎인 주담대 금리는 약 14년 만에 8%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불과 1~2년 전 수억 원을 대출한 차주들은 늘어난 이자 부담에 속앓이 중이다.

A은행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 A 씨(신용등급 3등급)는 2년 전인 2020년 10월 5억 6600만 원을 은행에서 빌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4평형(전용면적 59.96㎡)을 매입(14억 3000만 원)했다. A 씨의 총 대출액은 주담대 4억 6600만 원, 신용대출 1억 원 등 총 5억 6600만 원 규모다.

A 씨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연 2.91%, 신용대출 3.66%로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24만 7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이달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각 5.07%와 6.67%로 높아졌고, 월 납입액은 304만 8000원으로 36% 늘었다.

내년 초 기준금리가 3.50%에 이르면, A 씨의 월 상환액은 약 340만 4000원으로 대출 초기보다 무려 51.5% 불어난다.

한은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 3000억 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14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2.50%P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 동안 늘어난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33조 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은 늘어난 이자 부담에 초비상 상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은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이)경제 전체로 봐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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