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평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제39회 요산김정한문학상 5인 심사위원회의 조갑상·정찬·구모룡·정영선·허정(왼쪽부터)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39회 요산김정한문학상 5인 심사위원회의 조갑상·정찬·구모룡·정영선·허정(왼쪽부터)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심사대상은 2권의 단편집과 7권의 장편이었다. 이 소설들은 역사 속 인물, 역사의 상처와 기억, 한국사회의 공허와 불안, 종교와 정치의 야합, 지역소외, 삶터로서의 농촌, 돌봄 노동 등의 주제를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통해 수준 높게 소설화하고 있었다. 1차 토론을 통해 아래 4편을 남겼고, 토론 끝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산 사람은 살지>는 여성 주인공의 일기를 통해 재현의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농촌 삶의 세목을 풍성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돌보는 마음>은 여성들이 돌봄 노동을 도맡은 현실을 핍진하게 묘사하고 지역여성의 삶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고통을 정면으로 수용하면서 역사의 진실에 육박해가는 태도를 밀도 높은 문장을 통해 소설화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빨치산 아버지 이면에 감춰진 인간 아버지를 조명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찾은 문상객들을 통해 서술자는 아버지가 사회주의자 이전에 생활인이었고, 이념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 이웃사랑을 실천한 휴머니스트였음을 깨닫는다. 이념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상의 내용을 경쾌하고 해학적인 문체로 소설화하였으며, 문상객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서술의 중심축 삼아 높은 몰입력을 이끌어내는 서술역량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인간 아버지의 모습만을 부각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국민이 되고 평화를 맞이할 만큼 빨치산 아버지가 살았던 신산한 삶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구도를 통해 이 소설은 사회주의에 투신한 그 열정의 밑바탕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충만해 있었음을, 이 휴머니즘적인 태도가 아버지를 빨치산 활동으로 이끈 동력임을 환기시킨다. 1930년대 요산 선생은 민족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관념적 국제주의로 나아갔던 사회주의와 거리를 둔 자리에서 농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추상적 관념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도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던 요산문학의 정신과 부합한다. 이번 수상이 작가에게 또 하나의 격려와 더 큰 정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심사위원 모두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심사위원: 조갑상 정찬 구모룡 정영선 허정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