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무기와 평화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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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학평론가

최근 한국의 무기 판매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에 오르고 있다. 한국은 가파른 기세로 방산 무기 수출을 가속화하고 있고, 현재까지 올린 판매고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주변 나라들을 은근히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은 핸드폰과 자동차와 콘텐츠를 팔 듯, 전 세계로 무기 판매를 시작했고 그 추세는 당분간 상승일로에 이를 기세이다. 무기가 부족해서 탱크에 몸을 던져 상대의 진격을 막았다는 한국전쟁 시절 무용담을 상기하면, 이러한 최근 상황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새 우리는 쓰고도 남을 무기를 만드는 국가의 반열에 올랐고, 이러한 현 상황은 전쟁 억지력 측면에서 분명 의의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전 세계에 방산 무기 판매

전쟁 억지력 긍정 효과 있지만

더 강한 무기는 공멸 우려 높여

아픈 전쟁 기억 벌써 잊었나

무기 수출 딜레마 더 고민해야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돌아보면, 이러한 전쟁 억지력을 격상시키는 정책이자 사업은 고무적인 측면이 있다. 이 전쟁 양상은 국가 안보에 늘 예민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조용하지만 중요한 참조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전쟁을 대비하거나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평소부터 무기를 확보하고 상대에 비해 우월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렇게 확보 가능한 무기를 전 세계에 판매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새로운 무기, 혹은 더 첨단화된 무기를 지속적으로 생산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금도 필요하고, 검증도 필요하다. 자금을 공적 자금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리가 없는 것이 아니며, 검증을 통하지 않고는 무기의 파괴력 그러니까 신무기의 효율성을 입증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는 논리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무기를 팔고 실험하고 여러 곳에서 그 효과를 검증하는 일은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무기를 해외로 수출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획득하는 정책 혹은 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기 성능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무기 개량의 현실적인 필요를 상기시켰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과정을 돌아보면 결국 이렇게 개량된 무기로 인해 전쟁의 참상이 고조되고 그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더 강력한 무기는 더 강력한 살상력을 장착하는 만큼, 인류의 생명과 안위 나아가서는 공멸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억지하고 차단한다는 무기가, 어떠한 측면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딜레마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상력이 강화된 무기를 세계에 유통하는 일이 타당한 선택이냐는 근원적 질문 앞에 서야 한다.

한때, 전쟁의 고통으로 그 누구보다 깊은 피해를 겪었고 지금도 상처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이 그때의 아픔을 해프닝쯤으로 넘기고 열심히 무기를 팔러 다니겠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과 일관성을 해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팔아서 이득을 얻고 그 높은 효율로 우리의 위기를 사전 차단한다는 생각을 함부로 무시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그러한 이득이나 효율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가치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도 국방부나 방산 업체 등은 더 효율 좋은 대량 살상력 무기들을 만들고 팔고 보급하고 배치하기 위하여 여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멈추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을 위기로 몰아넣고 한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무기들을 다른 이들에게 건네는 일이 과연 동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일인지. 혹, 해서는 안 되는 일인지. 이것은 정답보다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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