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대신 투기 몰려든 영도 부스트벨트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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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지막 워터프런트 평가 속
3년 전 장밋빛 조성 계획만 발표
아직 밑그림조차 마련 못 해 방치
필지 지분 쪼개기 등 난개발 조짐

부산 영도구 청학동·동심동 일대에 자리잡은 ‘해양 신산업 부스트벨트’ 사업지 전경. 부스트벨트의 핵심 지역인 옛 송강중공업 1공장 부지에서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난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영도구 청학동·동심동 일대에 자리잡은 ‘해양 신산업 부스트벨트’ 사업지 전경. 부스트벨트의 핵심 지역인 옛 송강중공업 1공장 부지에서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난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영도구 해안공업지역 일대에 추진하는 ‘해양 신산업 부스트벨트’(이하 부스트벨트) 조성 사업을 본격화한 지 3년 4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껏 개발의 기본 방향이 되는 마스터플랜조차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는 사이에 부스트벨트 내 대규모 단일 공장 부지가 20명이 넘는 소유자에게 넘어간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시가 뒤늦게 시 전역에 수변관리계획을 발표하는 등 연안 개발 과정에 공공성을 담은 체계적인 도시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지역 사회에서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마지막 남은 부산 시내의 워터프런트(친수공간)가 난개발로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했다. ▶관련 기사 3면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땅은 수리조선업체 송강중공업이 2018년까지 1공장으로 사용했던 영도구 동삼동 단독 필지다. 총 6만 7160㎡(2만 316평)에 달하는 부지는 부스트벨트 사업지에 속해 시의 관리 대상이지만, 시가 도시계획에 손을 놓은 사이 경매를 거쳐 25명이 소유하고 있다.

부스트벨트가 이처럼 사실상 ‘관리 공백 지역’으로 전락한 것은 시가 이 일대가 전용공업지역이라는 이유로 긴장의 끈을 놓았기 때문이다. 시는 부스트벨트 지역이 토지이용계획상 전용공업지역이어서 용적률, 건폐율 등 건축 제한이 엄격해 개발 수요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스트벨트만을 위한 상위 법정 도시관리계획이 없는 상황이 장기화하자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투기 자본이 틈새를 파고들어 난개발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스트벨트는 쇠퇴한 영도구 해안공업지역 일대를 해양신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겠다는 부산시의 청사진이 담긴 곳이다. 시는 조선업 불황으로 유휴조선소 부지가 나온 영도구 청학동·동삼동 일대 수변 공간 총 50만 1968㎡(약 15만 2000평)를 해양신산업 기반 시설과 주거·상업·문화가 조화된 혁신 클러스터로 복합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영도구 해안공업지역 인근 부산항 북항 일대가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핵심 행사장으로 부상한데다 북항에서 오륙도 일대까지 천혜의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 향후 고밀도개발이 가능한 최고의 노른자위 땅이라고 꼽는다.

전문가들은 시가 시내에 마지막으로 남은 워터프런트를 체계적으로 재생하고 개발하려는 철학과 의지가 부재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한다. 시가 영도구 해안공업지역 일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서둘러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본 요코하마,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 등 성공적인 해안 재개발 사례는 국가나 지방 정부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만들 어낸 결과물”이라며 “부산의 중심에 자리 잡은 영도 워터프런트를 제대로 개발하는 것은 부산 시민의 삶의 질과 연관이 높다. 향후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인 만큼 적정 용도와 공공성을 잘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관리,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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