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사·라·졌·다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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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정치 분야

극단적 진영 정치에 비타협 일상
영수회담 않고 전 정권 반대로만
야당, 새 정부에 극렬 반대 일관

지난해 11월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0일 출범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분야별 성적표를 매긴다면 정치는 하위권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여의도 정가에 “정치가 사라졌다”는 자조적인 말이 횡행한다. ‘조국 사태’ 이후 극단화된 진영 정치의 잔영은 현 정부 들어 더욱 짙어졌고, 구조적 요인에 더해 여의도 문법을 거부하는 ‘0선 대통령’과 각종 사법 리스크에도 팬덤을 등에 업고 건재함을 과시하는 제1 야당 지도자의 등장으로 비타협 정치는 일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5년 만에 정권을 뺏겼지만 168석으로 여전히 의회 권력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0.73%포인트(P)’ 패배 이후 정부 견제를 넘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역력했다. 관례적인 새 정부 출범 직후 ‘허니문’은 사라졌고, 윤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 이전부터 극렬 반대했다. 정부·여당 핵심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은 하나 같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야당의 공격은 대통령과 영부인은 물론 과거 금기시됐던 외교·안보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의도식 셈법은 모른다”는 검사 출신 윤 대통령도 ‘법대로’를 고수하며 ‘강대 강’으로 맞섰다. ‘여소야대’ 정치 구도에서 집권한 윤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취임 이후 한번도 영수회담을 개최하지 않았다. 형사피의자인 이 대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묻어난다. 정책 면에선 문재인 정부의 반대 방향을 택하는 일이 잦았다. 부동산, 탈원전 뿐만 아니라 외교 정책도 ‘뒤집기’가 한창이다. 보수 진영에선 ‘정상화’로 보지만, 반대 진영에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서로 다른 정당에 의해 지배된 상황이지만, 양쪽이 양보 없는 대결을 고수하면서 정치는 무력화됐다.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야당이 일방 처리한 법안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윤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관련 입법은 거대 야당 반대에 막혔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는 시민사회로 전이돼 노동 개혁과 외교 정책 등 현안마다 양 진영의 거리 투쟁에 불을 붙인다.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둔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3%로 역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정당 지지율은 여당인 국민의힘 35%, 민주당 32%에 이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무려 28%를 차지했다. 여야 정치에 대한 국민 반발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무정치’ 상태가 내년 4월 총선까지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총선 승리에 걸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변화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 속도를 더 내겠다”며 총선 승리를 전제로 국정 과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민주당도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 사실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태세다.

두 가지 상황 모두 국민에겐 불안한 시나리오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의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상식적 시민들은 어느 일방의 독주가 아닌 정치의 복원을 바란다”며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더라도 상대를 밟겠다는 생각만 한다면 어느 정치 세력도 성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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