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농민 “외국 계절근로자 무단이탈 막자” 전전긍긍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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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부족한 농가 ‘가뭄에 단비’
어렵게 ‘모시기’ 뒤 도망 ‘허탈’
교육·감시 백약처방 효과 미미
이민 가족 초청 등 대안 골머리

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이 잦아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일보DB 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이 잦아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족한 농촌 일손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마다 해외 도시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데리고 온 외국인들의 무단이탈이 이어지면서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함양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들어올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146명으로, 현재까지 101명이 들어왔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 62명, 하반기에 30명이 각각 들어왔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대비 63% 더 들어오는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계절근로자 모집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군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키르기스스탄의 우즈겐구와, 하반기에는 베트남 남짜미현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력을 공급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지역에 있는 결혼이민자의 4촌 이내 가족들과 직접 접촉해 따로따로 인력을 구하고 있다. 업무량이 곱절로 많아지고 입국 시기마저 들쭉날쭉해 불편함이 큰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방식을 바꾼 이유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무단이탈’ 때문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일손이 부족한 농민들이 지자체에 필요 인력을 요청하면, 지자체가 수요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를 데리고 오는 시스템이다. 국내에 입국한 계절근로자는 각 농가와 계약을 맺고 3~5개월 정도 단기간 일하게 되는데,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로선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이 잦아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창군-필리핀 푸라시 계절근로자 유치 업무협약. 부산일보DB 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이 잦아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창군-필리핀 푸라시 계절근로자 유치 업무협약. 부산일보DB

하지만 농촌현장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어렵게 모신 계절근로자가 말 없이 도망쳐버리는, 이른바 무단이탈이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브로커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계절근로자들은 임금의 일부를 브로커에게 수수료로 줘야 하는데, 불법노동자로 빠져 공장 등 생산직에 가면 수수료를 떼이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실제 함양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62명 가운데 31%, 19명이 이탈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거창군은 246명을 받아 15명이, 창녕은 지난해 160명 가운데 7명이 각각 이탈했다. 전체 수로 보면 그리 많지 않지만 무단이탈을 ‘당한’ 농가는 사정이 다르다. 몇 달을 기다려 겨우 2~3명 정도 노동력을 구했는데 하루 아침에 모두 사라져버리니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무단이탈로 인해 민원이 잇따르면서 법무부가 무단이탈이 많은 지자체에겐 계절근로자 배정에 페널티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단 꾸준히 교육과 감시를 통해 무단이탈을 막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올해도 벌써 거창에서 1명, 창녕에서 2명 등 무단이탈이 발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은 일부 무단이탈률이 높은 나라나 도시는 아예 계절근로자 계약에서 배제하거나, 보다 적극적인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내 관리 인력이 거의 없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최근 경남 지자체들은 외국과의 업무협약을 배제하고 결혼이민자들의 가족을 단기간 데리고 오는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다.

가족이 가까이에 있어 무단이탈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인데, 이 방법 역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경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외 도시 업무협약 때와는 달리 결혼이민자 가족들에 대한 조사와 입국 서류, 입국 시기 등 모든 업무를 각각 처리해야 한다. 소수는 상관 없지만 인원이 많으면 부담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결혼이민자 대부분이 베트남, 필리핀 사람인데 두 나라의 인원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사회적 문제가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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