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부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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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사우디 장관, 부산항 시찰하며 감탄
선진 자동화 시설에 교류·협력 희망
부산도 ‘네옴시티’ 철저한 연구 필요
한 곳서 생애 가능한 도시 만들어야

이달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살레 알 자세르 교통물류부 장관 일행이 부산항을 찾았다. 지난 3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운·항만·물류 분야 교류를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이었다. 사우디는 비전2030 정책에 따라 미래 친환경 신도시 ‘네옴시티’(NEO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당신은 사막을 보지만 우리는 기회를 봅니다. 당신은 태양을 보지만 우리는 무한한 에너지를 봅니다. 당신은 고대의 땅을 보지만 우리는 내일의 세상을 봅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홍보 영상의 시작 문구다. 네옴시티는 사막에 길이 170km, 폭 200m, 높이 500m 규모로 2030년 완공될 미래형 도시 ‘더 라인’(The Line), 지름 7km 규모의 8각형으로 구축되는 바다 위 산업단지 ‘옥사곤’(Oxagon), 연중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초대형 산악관광지 ‘트로제나’(Trojena)를 조성하는 것이다. 네옴시티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될 정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20명으로 구성된 사우디 장관 일행은 이번에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지와 부산신항을 둘러봤다. 1876년 개항 후 147년간 부산 발전과 함께한 부산항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선진 시스템, 최첨단 미래상을 동시에 본 게다. 이들은 초고속 통신, 최첨단 자동 제어 장비, 인공지능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부산신항을 살펴본 데 이어 자동화 항만으로 조성될 제2신항(진해신항) 건설계획을 듣고는 감탄사를 쏟아 냈다. 지난해 신항 남컨테이너부두에 도입돼 다른 부두들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높이 53m, 중량 1660t의 초대형 안벽 크레인이 원격으로 조종되자 시찰단은 질문 공세에 이어 부산항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제안했다.

사우디 시찰단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반도 끝에 있는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의 허브항으로 발전해 세계를 연결하는 것처럼 반도 국가인 사우디 역시 바닷길과 관문도시 건설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목적 때문일 것이다. 이는 항만과 물류기지를 갖추고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 드론 등의 신기술로 글로벌 교역의 13%를 처리하는 복합 산단으로 개발될 옥사곤 계획에서 확인된다.

사우디는 사람의 정상적인 활동이 힘든 열악한 사막 기후 같은 극한 환경 속에서 시설을 원격 제어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항만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싶을 게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부산신항의 장비 일부를 자동화해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자동화 항만인 진해신항이 추가 조성될 부산항과 깊은 교류를 원할 것이다. 양국의 유관 기관단체와 기업들이 상호 발전을 위해 기술적·인적 교류와 협력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산도 사우디의 비전2030 정책처럼 2030년 비전을 위해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힘쓴다. 부산시는 유치 활동의 일환으로 부산항만공사(BPA)와 공조해 해외 도시와의 우호 관계 구축에 노력 중이다. 부산시와 BPA는 최근 루마니아 콘스탄차항만공사와 항만·물류 분야 상호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세계 최대 항구 축제인 독일 함부르크 개항축제에서 항만 재개발을 포함한 협력 협약을 맺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준비를 위해 엑스포 예정지인 북항 자성대부두는 재개발돼 관광·휴양·친수 시설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부두 운영사는 북항 신감만부두로 옮겨 가고, 신감만부두 운영사는 오는 10월 자동화 터미널로 개장할 신항 서컨테이너부두로 이전하게 된다. 이로써 올해 신항 운영사는 7개로 늘어나고, 내년 북항 운영사는 2개로 줄어든다. 또 신항 남컨테이너부두 인근에 가덕신공항이 2030월드엑스포 전인 2029년 완공돼 개장한다. 신항과 가덕신공항이 연계되면 부산항은 시앤에어(Sea & Air) 복합 물류의 세계적인 거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부산 시민들이 바라는 미래 비전은 무엇일지를 생각해 본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일자리를 구해 부산에서 가족을 이루고, 자녀가 부산에서 다음 세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많은 시민이 간절히 바랄 게 틀림없다. 부산이 사우디의 비전2030 정책과 같은 희망적인 청사진을 잘 만들고, 사우디가 부러워하는 부산항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핵심 산업들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성장시킨다면 청년층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타지인의 부산 유입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 이를 위해 1조 달러의 막대한 오일 머니로 사막 한가운데 스키장을 만드는 등 신도시 네옴시티를 짓겠다는 사우디의 창의적인 발상과 추진 동력, 상세한 계획 등을 꼼꼼히 살펴보자. 보다 나은 부산의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 될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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