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불 보듯 뻔한데… PK 민주, 대의원제 폐지 ‘불구경’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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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땐 당원 적은 영남 입지 약화
전국정당 포기, 호남당 회귀 비판
PK 친명계 오히려 “폐지 찬성”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의원제 폐지를 둘러싼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의원제가 실제 폐지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산·울산·경남(PK) 민주당은 이 논쟁에서 ‘관전자’로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의원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군·구청장, 시·도의회 의장, 각 지역위원회 추천으로 정기적으로 선출된 인원 등이다. 대의원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과 당헌 제·개정 시 투표권 행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 잇단 악재에 빠진 민주당 친명계가 ‘쇄신’의 핵심 과재로 띄우는 대의원제 폐지는 영남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대의원제가 도입된 취지 자체가 호남에 비해 당원이 절대적으로 적은 영남에 대의원을 둬 지역 간 대표성을 ‘보정’하고 ‘전국 정당’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대의원제가 폐지되면 호남과 수도권의 대표성이 더 커지는 반면 영남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친명계의 대의원제 폐지 주장에 대해 “(대의원제는) PK, TK(대구·경북) 지역의 권리당원 수가 적기 때문에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그 지역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PK 현역들은 대의원제 폐지 논쟁이 불붙은 이후에도 별다른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 지역 친명계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오히려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서은숙 최고위원이 적극적으로 폐지 주장을 펼치고 있고, 최택용 기장군 지역위원장도 같은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31일 “대의원제 폐지는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며 “영남에서도 ‘지역 균형’이라는 의미 하나 외에는 존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동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PK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대의원제 폐지는 과거 ‘호남당’으로 회귀하자는 것 아니냐”면서 “왜 PK에서 장단을 맞춰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 과제로 설정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코인 사태 이후 당의 전면적 쇄신을 촉구한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지금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의 전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동문서답”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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