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 규제 초읽기… 이행강제금 ‘시한폭탄’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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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까지 주거용 용도 변경 마감
불이행 땐 매년 시세 10% 강제금
부산지역 4개 호실 외 변경 전무
도시계획상 오피스텔 불가능 지역
주차장 규모 등 기준 못 맞추기도
입주민 발 동동, 현실적 대안 요구

사진은 해운대 엘시티 전경. 부산일보DB 사진은 해운대 엘시티 전경. 부산일보DB

국토교통부의 생활형숙박시설(생숙) 규제 유예 시점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자 부산 생숙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만약 주거용 오피스텔용으로 용도 변경을 하지 못하면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에서는 겨우 4개 호실만 용도 변경에 성공했다.

24일 전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부산에선 해운대구 ‘에이치스위트해운대’ 4개 호실이 최근 유일하게 생숙에서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에는 에이치스위트해운대(560개 호실), 해운대구 엘시티 더 레지던스(561개 호실), 동구 협성 마리나 G7 레지던스(1028개 호실) 등이 속해 있다. 연합회에는 대규모 레지던스가 주로 가입했다. 규모가 작거나 아직 입주 전인 생숙까지 합하면 부산에서는 9900여 개 호실이 규제 대상으로 추정된다.

에이치스위트해운대 4가구는 지난해 5월 해운대구청에 용도 변경 신청을 냈지만 소방법 등 오피스텔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변경 불가 답변을 받았다. 이에 4가구는 수백만 원을 들여 배연창을 설치하고 방마다 화재감지기를 설치해 최근 용도 변경 승인을 받았다. 나머지 가구도 이 4가구를 모범으로 삼아 추후 두 차례에 걸쳐 해운대구에 용도 변경 신청을 할 예정이다.

그나마 에이치스위트해운대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나머지 대형 단지는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엘시티 더 레지던스 등은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 건립이 불가능한 지역인 데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마리나 G7 레지던스의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하기에는 주차면 수가 100여 대가량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의회에서 주차 관련 조례를 변경해야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논의는 없다.

오는 10월 14일까지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지 않거나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매년 시세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엘시티 더 레지던스의 경우 20억 원을 넘는데 매년 2억 원 이상의 강제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는 구역이라도 주차, 소방시설, 복도 폭 등 오피스텔이 갖춰야 하는 요건은 생숙보다 훨씬 까다롭다”며 “오피스텔 건축 조건을 맞추려면 사실상 건축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당장 이행강제금 부과를 눈앞에 둔 생숙 주민들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집회를 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김윤선 회장은 “국토부는 지자체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하고 지자체는 국토부가 추가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며 “2년 유예기간에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실효성 없는 대안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규제 유예 마감 시한이 다가온다. 규제를 더 완화하고 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숙은 2020~21년 아파트 규제가 강화될 때 틈새 상품으로 떠올랐다. 분양 시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 제한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숙이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는 생숙의 불법 전용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주택 용도로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분양자 등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오는 10월 14일까지 한시적으로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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