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양산시가 벤치마킹 열 올리는 이유는?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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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다양한 정책 개발 목적 적극 활용 추세
시, 이미 10여 차례 국내외 방문 총력전
우수사례·독특한 아이디어 행정 접목
베끼기·예산낭비 안 되게 재창조 기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로 입성한 자치 단체장들이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으면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공약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다양한 새로운 정책을 선보이기도 했다. 공무원들도 단체장 공약 이행과 새로운 정책 일정에 맞춰 경쟁적으로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벤치마킹은 미국기업 제록스가 신생 일본기업의 돌풍으로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자, 돌풍을 일으킨 기업의 성장 비결을 조사·분석한 뒤 자신들의 경영 방식에 적용해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만회한 데서 시작됐다. GE사가 벤치마킹을 도입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고,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행정기관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양산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핵심공약 이행에 도움을 받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 목적으로 벤치마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외 6차례에 걸쳐 실시했고, 다음 달 벤치마킹을 앞두고 있다. 관련 부서 벤치마킹까지 포함하면 10여 차례가 넘는다.

양산시는 벤치마킹에서 접한 우수사례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행정에 접목하기 위해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5급 과장을 포함한 12명 규모의 부서도 신설했다. 벤치마킹에는 6급 팀장 이하 젊은 실무진으로 팀을 꾸리는가 하면 우수 사례에는 젊은이의 감각을 더하는 노력까지, 그야말로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양산시가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는 것은 2016년 낙동강 수변공원인 황산·가산공원에 조성한 파크골프장 성공사례 때문이다. 파크골프장은 나동연 양산시장이 초선 시절인 2010년 11월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 방문 때 당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장을 견학하게 됐고, 이를 낙동강 수변공원에 조성한 것이다.

최근 무허가 문제도 있었지만, 양산에는 99홀의 파크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동호회도 30개가 넘는 등 지역은 물론 인근 부산시민이 찾을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양산시는 황산·가산공원을 전국 파크골프 메카로 만들기 위해 황산공원에 72홀 등 총 90홀의 파크골프장을 추가 조성 추진 중이다.

또 시장의 핵심공약 이행과 지역의 여러 문제점을 선진지 우수사례를 통해 해결하기 위한 것도 한몫했다. 나아가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이유다.

실제 양산시는 벤치마킹을 통해 각종 아이디어를 지역 사업에 접목하고자 한다. 시는 3월 ‘회야강·용당 역사지구 문화관광벨트 조성 마스터플랜과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면서 회야강에 서울 홍제천의 콘셉트인 ‘문화와 빛’ 접목해 추진 중이다. 시는 또 황산공원 시설 업그레이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재 낙동강에 운영 중인 생태탐방선을 유람선으로 승격시키기로 하고 서울 한강 유람선과 포항 운하크루즈, 충주 탄금호 전기유람선의 장점을 파악 중이다. 120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한 ‘섬진강권 통합 관광벨트 조성사업’도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국립 세종수목원과 백두대간수목원 등 전국 6곳 수목원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벤치마킹을 통해 추진 중인 부울경 국립 또는 공립 수목원의 밑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여수 낭만포차와 전주 객리단길에서 얻은 우수사례를 원도심 상권회복을 위한 정책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도 앞선다. 국내외 벤치마킹을 통해 얻은 우수 사례들이 지역 시설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대다수 지자체는 여전히 벤치마킹을 베끼기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 축제나 케이블카, 출렁다리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비슷한 자연경관을 가지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비슷한 시설을 쉽게 모방할 수 있다. 이들 시설은 단기간에 사람을 모을 수 있어 단체장 치적을 알리는 데도 유용하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베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시설 개장 초기가 지나면 방문객이 찾지 않게 되고, 결국 방치되면서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산시는 최근 황산공원에 불멍과 숲멍, 물멍, 배달 존을 조성해 시민은 물론 방문객으로부터 큰 호평을 얻었다. 이들 시설은 한강이나 남이섬 벤치마킹에 얻은 아이디어를 지역 특색에 맞게 재창조된 것이다. 시가 벤치마킹에서 얻은 시설물만 덩그러니 설치했다면 호평까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양산시는 여러 핵심사업에 대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에서 벤치마킹 과정에 얻었던 각종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재창조해 양산만의 특색이 가미된 시설물 탄생을 기대해 본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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