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항이 한국의 마이애미가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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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부산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팀 선임매니저

‘크루즈’ 하면 사람들은 미국 마이애미를 떠올린다. 전 세계 크루즈 선박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3대 크루즈 선사 본사가 있고, 세계 최대 크루즈 전시박람회도 열린다. 크루즈 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마이애미는 단연코 세계에서 최고의 크루즈 관문 도시이다. 크루즈 산업은 승객에 의해 크루즈 승선 전후에 이루어지는 관광, 면세 쇼핑과 함께 식자재, 호텔 용품, 급유·급수·청소 관련 선용품 및 크루즈 운항에 필요한 다양한 공급이 이루어진다. 세계 크루즈 산업 효과는 2019년 기준 1545억 달러이며, 크루즈 승객들이 승선 전에 1인당 376달러, 기항지에서 1인당 101달러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 27만 명의 크루즈 승객이 방문할 때 경제 파급 효과는 1조 4000억 원가량이다. 엄청난 경제 효과를 낳는 블루오션이다.

크루즈 산업, 공급이 수요를 창출

쇼핑·관광·선용품·급유·식자재 등

세계 연간 산업 효과 1545억 달러

부산항, 기항지 운용에만 급급

과감한 정책 지원 통해 모항 유치해야

크루즈선 수백 척 부산항 북적대기를

국내 크루즈 산업은 외국 관광객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이유는 모항으로 운영하는 국적 크루즈가 한 척도 없고, 전세(용선)로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0년 2월부터 관광 목적 크루즈선의 국내 입항과 외국인 여행객의 하선 관광을 금지했다가 지난 3월 크루즈 입항이 재개된 후 올해만 100여 차례 대형 크루즈가 기항지로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50% 정도 회복한 수준으로 기항지 경제 효과 측면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크루즈 항은 기능에 따라 모항(Home Port), 기항(Port of Call), 준모항(Inter Port)으로 나뉜다. 모항은 승객들의 승하선이 가능하고 여행객의 다른 이동 수단과 편리하게 연결되는 항을 말하며, 기항은 크루즈 항로 선상에 위치해 크루즈선이 계속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필요품을 제공하는 휴게소 역할과 동시에 크루즈 승객들이 일시 하선하여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항이다. 올 하반기에 부산항에 입항하는 대형 호화 크루즈선 모두 기항을 목적으로 한다.준모항은 모항과 기항의 혼합형으로 항해 중인 선박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승객들이 출항항이나 목적항이 되기도 하는 항을 말한다.

그럼, 부산에서 승하선을 자유롭게 하는 모항이나, 준모항은 없을까. 올해 부산항을 이용하는 크루즈선의 4% 미만이지만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전세선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승객 3617명)를 6월에 2항차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는 10월에는 롯데제이티비가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일본과 대만행 전세선 크루즈를 2차례 운항할 예정이다. 올해 부산항을 기항으로 15항차 입항하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승객 3168명)을 활용하여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부산과 요코하마에서 소규모 승하선을 가능하게 하는 준모항 상품도 판매 중이다.

모항은 배후도시와 다른 기항지와의 접근성은 물론이고 인지도가 좋아야 하고, 충분한 관광지로서 매력과 내수 시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은 기항지를 넘어 준모항, 모항의 기능이 충분히 가능한 동북아 크루즈의 허브로 나아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부산은 육로와 해상, 하늘길로 다양한 접근성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수년간 국제 관광 도시 부산으로 글로벌 브랜딩을 시작했고, 2030월드엑스포 유치 후보 도시 부산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크루즈 내수 시장은 갈 길이 멀다. 한국 전체 크루즈 잠재 인구는 약 5만 명으로 항공을 이용해서 해외에서 크루즈를 즐기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2만 5000명에서 3만 명, 국내 출발 크루즈를 이용한 고객이 약 2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루즈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이다. 부산에서 승하선 크루즈가 많아지면 내수 시장도 확대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최근 대만의 크루즈 운항이 모항 60%, 기항 40%로 빠르게 모항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대만 정부의 과감한 모항 인센티브 정책과 터미널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가져온 결과다.

부산은 지정학적 여건과 부산만의 도시 매력으로 기항으로 이미 많은 선사에게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이젠 기항을 넘어 모항으로, 한국의 마이애미로, 전 세계 크루즈 관광객이 부산을 거점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를 여행할 수는 없을까? 첫 단추는 2007년 영도 동삼동에 한국 최초 크루즈 터미널을 건립하면서 시작되었다. 국제관광도시, 2030월드엑스포 유치 도시라는 브랜드로 두 번째 걸음도 희망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 세계 오대양 7대륙을 누비는 400여 척의 크루즈선들이 부산을 모항으로 운영하겠다고 경쟁하는 기분 좋은 그날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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