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부산 스타트업] 건강식부터 친환경 사료까지…기장 미역의 변신은 ‘무궁무진’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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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씨드

일광서 미역 양식 조부 보고 자라
KLPGA 프로골퍼서 사업가 변신
매년 30% 성장… 공장도 준공
친환경 사료에 해조류 활용 연구
올해 부산 스타 소상공인 선정도

부산 기장군 장안읍 반룡산단 내 씨드 공장에서 씨드 박혜라 대표가 개발한 기장미역 페스토 소스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조영미 기자 mia3@ 부산 기장군 장안읍 반룡산단 내 씨드 공장에서 씨드 박혜라 대표가 개발한 기장미역 페스토 소스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조영미 기자 mia3@

부산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미역에서 가능성을 본 기업가가 있다. 씨드 박혜라(35) 대표는 부산 기장군 학리항에서 붕장어 어업과 미역 양식을 하던 할아버지를 보고 자란 만큼, 어업인에게 판로를 열어주고 기장 미역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박 대표는 2007년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2부 투어에서 준우승을 한 실력파 프로골퍼에서, 창업가로 과감히 변신했다.

■450만 원으로 일광서 창업

박 대표는 27세에 프로골프계를 은퇴했다. 그는 ‘박세리 키즈’ 중 한 명으로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이보미 등 내로라하는 프로골퍼와 동기다.

“은퇴할 때 미련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마추어 시절 16개 시도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과 단체전 입상까지 해봤죠. 미국 투어를 빼고 유럽 투어, 아시아 투어까지 뛰어봤고, KLPGA에서는 준우승까지 해봤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골프는 우승 말고는 훈련의 결과를 증명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은퇴를 결심했다. “프로골퍼 은퇴 후 골프 레슨을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계속 이렇게 살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생하고 싶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일광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민들이 좋은 미역을 생산하고도 판로가 없어서 고생하는 모습을 항상 봤고 어쩌면 여기에 기회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15년 6월, 단돈 450만 원으로 창업한 박 대표는 창업 자금의 대부분을 브랜딩에 사용했다. 브랜딩을 통해 투박한 원물 미역에 가치를 더했다. 비교적 빨리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역을 취급하던 대기업이 관심을 별로 두지 않던 온라인 시장에서 먼저 성과를 냈다. 생일자 미역 선물 세트, 산모 미역 선물 세트 등을 발 빠르게 출시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켓컬리’나 ‘카카오 선물하기’에 비교적 이른 시기 진출했습니다. 미역의 특성상 상온 보관이 쉽고 재고만 있으면 쉽게 출하가 가능해서 선물 세트가 딱 이었습니다. 창업 후 2년 동안은 1인 기업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고요. 미역과 참기름, 국간장, 천일염으로 구성된 미역국 세트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해조류 가공식품 제조로 전환

좋은 제품을 요즘 세대의 필요에 맞게 출시한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센스있는 디자인과 딱 필요한 만큼만 구성한 양, 높은 품질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미역을 취급하는 대기업이 속속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다른 기업들과 달리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마켓컬리나 카카오를 통해 B2B(기업 간 거래)로 제품 판매를 해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장 미역을 취급하는 큰 기업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과열 경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상품을 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만 할 수 있는 제품을 팔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동안은 미역이나 다시마 원물을 다양한 패키징을 통해 판매하는 위주의 전략이었다면,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미역을 활용한 가공 식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씨드는 2년 전 기장 미역 페스토를 내놨다. 미역국, 미역냉국, 미역무침 등에 한정하지 않고 미역을 먹을 수 있는 방식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제품은 부산 대표 관광 기념품 10선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부산 남천동에서 파인다이닝 양식을 하는 ‘611WoodFire(우드파이어)’ 김민진 셰프와 협업해 기장 미역을 주제로 한 다이닝 코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민진 셰프에게 씨드 제품을 고도화시켜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기장 미역을 활용한 아이올리 소스 등이 탄생했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두 기업의 협업이 좋은 평가를 받았죠.”

씨드는 이 같은 활동에 힘입어 부산경제진흥원이 선정한 스타 소상공인 1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2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돼 사업화 자금도 지원받았다.

■해조류 활용도 높이고파

씨드는 2019년 과감한 결단을 한다. 그동안 6번 이사를 다닐 만큼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어려움을 겪었는데, 당시 반룡산단에 공장 부지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는 이자 부담에 포기까지 고민했지만 주변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 2021년 공장 준공 이후 지금은 이곳에서 제품 기획과 가공까지 이뤄진다.

박 대표는 해조류의 가능성이 단순히 식품에 그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지난해 우리 제안으로 부경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과 함께 3자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특정 해조류를 사료에 섞어서 소에게 먹였을 때 얼마나 탄소가 저감되는지 확인하는 연구였죠. 1년짜리 사업이라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아스파라고십스’ 라는 홍조류를 활용했더니 실제로 탄소가 저감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는 해조류가 식품이 아닌 또 다른 산업으로 충분히 도약이 가능하다고 확신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해조류 사료로 탄소를 저감하는 논문은 있지만 실제 검증한 사례가 없어서 도전해봤습니다. 해외에서는 해조류를 비건식(채식주의자 식단) 같은 대체 식품 원료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조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셈이죠.”

씨드는 매년 30%씩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 미역 원물 판매 비중이 제일 크지만, 미역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과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조류를 식품이자 친환경 대체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시대에 맞는 해조류 제품을 제안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 씨드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에 오면 씨드의 미역을 사서 돌아갈 수 있도록 관광기념품 상품 개발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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