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어음도 조각 투자… 부산은행 토큰증권 사업 뛰어든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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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 꾸려 ‘STO 플랫폼’ 추진
일반인도 쉽게 고이율 소액 거래
어음 토큰화 국내 은행권 첫 시도
‘규제 샌드박스’ 선정 여부 관건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부산일보DB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부산일보DB

BNK부산은행이 금융 분야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토큰증권(STO) 시장 진출에 나선다. 앞서 STO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많은 은행·증권사가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사업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부산은행은 전자어음이라는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부산은행 등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NH투자증권, 블록체인 기업 에이트원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전자어음 STO 거래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해당 사업 내용을 토대로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신청서도 제출했다.


‘전자어음 STO 거래 플랫폼’이란 말 그대로 전자어음을 STO 형태로 조각화해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부산은행은 컨소시엄의 주관기관으로서 플랫폼 운영과 자산 유통의 역할을 담당하고, NH투자증권은 계좌 관리, 신탁증권 발행 등의 역할을 맡는다. 에이트원은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 제공 및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인 어음을 토큰화해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만드는 시도는 은행권 최초라는 것이 부산은행 측의 설명이다.

STO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 투자하기 어려운 특정 자산을 토큰화(조각투자화)해 공모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도 누구나 소액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어음 STO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도 소액으로 어음에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부산은행의 목표다.

현재 국내 전자어음 시장은 약 72조 원 규모(2020년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그중 24조 원 정도만이 제1금융권에서 취급될 뿐, 나머지는 2~3금융권과 사채시장에서 거래된다. 문제는 1금융권에서 취급하는 어음의 할인율이 연 4~5%인 반면, 사채시장에서 거래되는 어음의 할인율은 최대 20%까지 치솟는다는 점이다.

부산은행은 이처럼 고할인율로 취급되는 어음을 토큰화해 할인율(사실상 이자율과 동일)을 10% 초반대로만 낮춘다면,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도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2020년 기준 국내 유통되는 어음의 부도율은 0.1%에 불과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신청 중인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선정 여부가 가장 큰 관문이다. 혁신금융서비스란 기존 규제로 추진이 불가능한 신규 사업 모델 중 창의성과 기술력 등이 보장된 사업에 한해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면해주는 특례 제도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STO를 기존 금융제도 안으로 끌어안겠다고 했지만, 정작 법 제도가 완전히 정비될 때까지 수년 동안은 대부분 특례 사업의 형태로 STO 신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신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될 경우 향후 3~4년간 전자어음 STO 분야에선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 금융위가 추후 다른 STO 사업에 대해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여부를 결정할 때 기존 사업모델과 유사한 모델은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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