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 속출 오피스텔, 4000만 원 내려도 안 팔린다 [무너지는 주거 사다리]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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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고금리 장기화 여파
부산 지난해 거래량 2876건
전년 4230건보다 32%나 급감
올해 전국 분양도 6907건 수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오피스텔 매수세는 잠잠하다. 부산진구 한 부동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오피스텔 매수세는 잠잠하다. 부산진구 한 부동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전세사기 여파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부산 지역 오피스텔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구축은 물론 계약금을 포기한 신축 급매 분양권조차 거래가 되지 않으면서, 신규 공급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인 상황이다. 아파트의 대체재인 오피스텔의 침체가 장기화한다면 결국 임대가격 상승을 부추겨 청년·서민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용 면적 44㎡의 부산 남구 한 신축 오피스텔은 3억 원 안팎의 매매가에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4000만 원이 붙었지만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동래구의 한 오피스텔 분양권도 2000만 원가량 마피가 붙은 상태에서 매물로 올라왔고, 부산진구의 신축 오피스텔들도 마피가 1000만 원부터 시작하는 추세다. 부산진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구축 오피스텔 매물들은 저렴하게 나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신축 급매 매물은 계약금을 포기하는 선에서 간간이 매매가 이뤄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피가 붙은 매물도 시장에서 소화가 안 되니 구축 오피스텔을 포함한 전체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오피스텔 거래량은 2876건으로 전년(4230건)에 비해 32%가량 줄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인천(-50%), 경기(-44%), 서울(-42%) 등 전세사기가 심각할수록 오피스텔 거래량이 급감했다.

청약 시장 성적표도 처참하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부산진구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은 49세대 모집에 단 4건만 접수됐다. 이를 제외한 다른 오피스텔은 분양에 나서지조차 못했다. 이런 추세가 올해 들어 급반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 전국에 분양 예정인 오피스텔은 6907실로 전년의 42% 수준에 그친다. 오피스텔이 아파트 대체재로 한창 각광받은 2017~2019년에는 연평균 8만 실이 넘게 공급될 정도였으니 시장의 날개가 완전히 꺾였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분양 예정인 오피스텔들도 미분양을 우려하며 분양 일정을 미루기 위해 눈치를 보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매는 물론 전세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 지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2월 107.61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올 1월에는 99.81까지 추락했다. 전세가격지수 역시 2022년 1월 105.98을 기록한 뒤 지난 1월 99.87까지 하락했다.

이에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소형 신축 오피스텔을 최초 구입할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지만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신축 오피스텔뿐만 아니라 기존의 오피스텔도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는 오피스텔 투기를 부추기라는 것이 아닌, 실수요자나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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