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다른 영정 사진"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부실 여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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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반빈곤센터 올해 실태 조사
시간 축소·빈소 변경 문제 여전
부고 공지 당일 장례 반복 우려
시 "개선점 보완해 내실화 예정"

지난달 23일 공영장례가 열린 부산 사상구의 한 장례식장 빈소에 치우지 않은 쓰레기 봉투와 소주병이 널려 있다.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지난달 23일 공영장례가 열린 부산 사상구의 한 장례식장 빈소에 치우지 않은 쓰레기 봉투와 소주병이 널려 있다.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부산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가 올해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공영장례를 안 하거나 부실하게 집행된 사례들(부산일보 2월 22일 자 8면 등 보도)이 발견됐는데 올해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산반빈곤센터는 ‘부산시 공영장례 조문단’을 운영해 올해도 공영장례를 부실하게 집행한 사례들을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장례 시간을 줄이거나 마지막 배웅 길에 예의를 갖추지 못한 환경 등이 포착됐다.

남구 용당동에서 숨진 무연고 사망자 김 모(78) 씨 공영장례는 지난 1월 27일 2시간 만에 끝났다. 남구 A장례식장에서 정오부터 4시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조문단이 방문했을 때 빈소는 없었다.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오전에 급히 장례를 치른 탓이다. 지난 1월 4일 부산진구 B장례식장 VIP실에서 공영장례가 예정된 김 모(64) 씨는 다른 고인 장례가 잡혀 C장례식장으로 빈소가 갑자기 변경됐다.

지난 1월 23일 사상구 D장례식장 김 모(58) 씨 공영장례 빈소는 청소가 제대로 안 된 상태였다. 쓰레기로 가득한 대형 봉투가 그대로 놓여있었고, 소주병이 테이블 위에 있는 상태였다. 부산반빈곤센터 임기헌 활동가는 “영정 사진도 고인 얼굴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부고를 공지한 당일 공영장례를 집행하려는 사례는 올해도 반복될 기미를 보였다. 중구 동광동에서 숨진 양 모(69) 씨 공영장례는 지난 1월 30일 오후 4시 24분 30여 분 후 시작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다음 날 오전 9시로 일정이 변경된 공지가 재차 올라왔지만, 예년처럼 부고 공지와 장례를 하루에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부산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619명까지 늘었지만, 그들을 위해 도입한 공영장례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415건만 집행됐다. 지난해 중순에는 누렇게 굳은 밥이나 꼭지가 시든 과일 등이 제물상으로 오른 사례도 포착됐다.

부산시는 초기에 불거진 개선점을 많이 보완했고, 올해 최대한 많은 공영장례를 치르고 내실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공영장례 예산은 3억 2000만 원으로 동결했지만, 구비를 합친 약 4억 원으로 공영장례 600건 이상은 집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부산시 노인복지과 장사문화팀 관계자는 “부산영락공원 무연고 사망자 전용 빈소를 올해 2개에서 4개로 늘려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장례 한 건당 20만 원씩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전 부고를 게시해 조문할 시간을 보장하겠다”며 “4시간이던 공영장례 시간을 최소 6~8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반빈곤센터 최고운 대표는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늘어나는데 올해 예산으로 600명 장례를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똑같은 예산을 지급해도 성의 있게 장례를 치르는 업체가 꽤 있다”며 “부산시가 제대로 감시하고 개입해야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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