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덮친 통영 제석초등 더부살이 수업…‘모듈러 교실’로 급한 불 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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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명 인근 7개교에 분산 배치
본교 복구 공사 빨라야 연말 완료
모듈러 교실 26실 2~4학년 제공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초등학교 7곳으로 분산돼 수업을 받는다. 분산 수용하는 학교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제석초등 학생들의 등교를 환영하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통영 제석초등학교 학생들이 초등학교 7곳으로 분산돼 수업을 받는다. 분산 수용하는 학교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제석초등 학생들의 등교를 환영하고 있다. 통영교육지원청 제공

“제석초 친구들아 반가워, 잘 지내자!”

난데없는 화마에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학교를 잃은 경남 통영시 제석초등학교(부산일보 3월 19일 자 11면 보도 등) 재학생들이 ‘원정 등교’에 나서고 있다. 교육당국은 ‘모듈러 교실’을 도입해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완전 복구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학생들의 원치않는 더부살이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통영교육지원청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제석초등 전교생 1138명 전원을 관내 초등학교 7곳에 학년별로 분산 배치하고 이동 수업을 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전세버스 25대를 동원해 제석초등 앞에서 학생들을 태워 각 학교로 등교시킨 뒤, 일과가 끝나면 다시 제석초등으로 돌아와 하교시키는 방식이다.

1학년 7개 학급 152명은 죽림초등, 2학년 7개 학급 175명은 통영초등, 3학년 8개 학급 204명은 한려초등, 4학년 9개 학급 214명은 진남초등, 5학년 7개 학급 169명은 유영초등, 6학년 9개 학급 224명은 각각 두룡초등 6개 학급·용남초등 3개 학급으로 나눴다.

학교별로 가깝게는 2.2km 멀게는 7km 이상 떨어져 있다. 바로 옆 죽림초등으로 등교하는 1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2~6학년은 학년별로 4~6대씩 통학버스가 배차됐다. 교육청은 각 학교, 통영시, 통영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준비 사항을 점검하고 교육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이동 등교 첫날 학교와 학생들의 환대에 제석초등 학생과 학부모들도 일단 한숨 돌렸다. 환영 현수막에 손수 제작한 손팻말을 들고 반기는 아이들 덕분이다. 문제는 언제 모교로 돌아갈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화재로 학교 급식소와 40여 개 교실 중 최소 15개가 완전히 불에 탔고 나머지 교실도 일부 타거나 연기에 그을려 수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경남교육청은 연말은 돼야 복구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준비 기간까지 고려하면 내년 2월은 돼야 정상 등교가 가능하다. 복구액은 최소 100억 원 추산했다. 이는 초등학교 1곳 신설 비용의 4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정밀안전진단에서 구조적인 문제까지 확인될 경우, 시간과 비용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초등학교에 마련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 교실.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센텀초등학교에 마련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 교실. 부산일보DB
모듈러 교실 내부. 부산일보DB 모듈러 교실 내부. 부산일보DB

교육당국은 급한대로 모듈러 교실을 도입하기로 했다. 모듈러 교실은 컨테이너 형태의 이동식 교사다. 공장에서 규격화해 만든 것들을 가져와 조립, 설치만하면 된다. 제작부터 설치까지 빠르면 3주 이내 가능하다. 다만, 현재 활용 가능한 제석초등 운동장 면적을 감안하면 설치할 수 있는 모듈러 교실은 26실 정도로 전교생 수용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모듈러 교실은 바로 옆 죽림초등으로 등하교하는 1학년을 제외한 2~4학년에게 우선 제공할 계획이다. 5~6학년은 복구 진행에 상황에 맞춰 본교 잔여 교실로 입급시킨다는 복안이다.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났지만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지난 18일 오후 2시께 필로티 구조로 지은 5층 규모 본관동 1층 분리수거장 옆 창고에서 시작됐다. 이후 단열을 위해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한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사납게 타들어 간 불길은 학교 건물 9800㎡와 주변에 주차된 차량 19대를 잿더미로 만들고 2시간여 만에 꺼졌다.

경찰은 합동 감식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화인을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수나 고의로 불을 낸 인위적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흡연이나 자연 발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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