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의 시대, 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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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용 동의대 대외협력원장·게임공학과 교수

김치용 동의대 대외협력원장 김치용 동의대 대외협력원장

‘부산 0.5 명대··· 바닥 모르는 출산율 추락’ 지난 2월 29일 자 <부산일보> 8면 기사의 타이틀이다. 1970년대 정부에서는 산아(産兒)제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유행했다. 당시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2명을 살짝 넘는 수준으로 당시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났으며, 인구 증가에 대비한 인프라가 부족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던 시기였다. 초등학교는 한 반에 70명의 아이가 있었고 그것도 부족해 오전반, 오후반으로 구분하여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던 시기였다. 고등학교 입시도 있었고, 대입 경쟁률은 하늘을 뚫었던 시기였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저출생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되었고, 특히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은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요양병원과 노인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폐교되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소아과도 줄어들고 있다.

이제 지방소멸은 눈앞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청년들을 마주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 대학은 낭만과 자유의 상징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학자금 대출은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지만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회화를 교육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대학이 청년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저출생 위기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

먼저,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일자리다.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학협력을 통해 지방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내고자 했으나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제는 산학협력을 넘어 지자체들과도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지자체와 협력하여 수도권 기업들과 스타트업의 유치, 창업 활동 지원과 같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은 지방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수업을 제공하여 더 양질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위한 장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은 중·고등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수업 간 공백도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시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그런 시간을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 외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기존 학교의 틀을 깨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와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학과는 물론 필요하다면 학교들을 초월하여 학생들끼리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많은 학생이 학업과 더불어 해외 활동이나 봉사 활동 그리고 창업이나 비영리 사회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를 위해 청년들의 역할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와 같이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과 상생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지역사회 서비스와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교양 강의, 그리고 지역 문화 활성화와 예술 활동 전개를 위한 다양한 공연이나 전시회 개최 등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지역의 경제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의 큰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사회에서 올바른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지역 사회에 대해 다양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의 역할은 조금 더 변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을 단순히 학교와 교육기관이라는 범주에 가두기보다 좀 더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으로서 그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대학의 구성원들도 변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청년들과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과 가장 가까운 대학이 함께 고민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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