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의 흐름을 캔버스에 담아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수혁 ‘임계점’전 20일까지
단색화의 새로운 경향 제시

신수혁 ‘임계점’. 데이트 갤러리 제공 신수혁 ‘임계점’. 데이트 갤러리 제공

과학에서 ‘임계점’이라는 용어는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온도와 압력을 받아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지점을 뜻한다. 이 개념이 사회과학 분야로 오면 참는 것이 한계에 달해 폭발하는 지점을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술에서 ‘임계점’은 어떻게 표현될까.

20일까지 데이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신수혁 작가의 개인전 제목은 ‘임계점 Critical Point’이다. 단색화 전문 갤러리로 유명한 데이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인만큼 이번 전시 역시 블루 컬러의 단색화들로 전시장을 채웠다. 2세대 단색화 작가로 분류되는 신 작가는 단색화의 고유한 매력에 붓질이 좀 경쾌해진 것 같다. 지난해 2023 키아프에서 신 작가의 단색화는 컬렉터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부산 전시 첫 코너에서 만나는 민트색의 100호 그림은 맑고 시원하다. 유화물감을 가로 세로로 계속 올리며 작업했지만 작은 붓으로 얇게 층을 만들어 기존 단색화와 다른 질감으로 다가온다. 이런 이유로 신 작가의 단색화는 기존 단색화 애호가뿐만 아니라 젊은 컬렉터들까지 유입시키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벼워진 단색화라고 표현했지만, 작업은 고되고 오래 걸린다. 작은 붓으로 더디게 마르는 유화 물감을 계속 올리는 건 기존 페인팅보다 품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하나의 층이 완성되고 물감이 80% 정도 말랐을 때 그 위에 다시 붓질하며, 작가가 원하는 층이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된다.

과거 시간을 담고 있는 물감 층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물감층이 뒤섞여 비규칙적인 화면이 만들어지는 건 시간을 계속 축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러 겹의 층이 계속 되면 비규칙적이던 화면은 결국 균형적인 형태로 보이기 시작한다. 과거의 말라버린 시간, 현재 진행되는 시간, 2개의 시간이 만나는 지점이 결국 작가가 예술로 해석한 임계점이다.


신수혁 ‘임계점’. 데이트 갤러리 제공 신수혁 ‘임계점’. 데이트 갤러리 제공

신수혁 ‘임계점’. 데이트 갤러리 제공 신수혁 ‘임계점’. 데이트 갤러리 제공

작가는 “공간에 주목하며 이 작업을 시작했다. 붓으로 터치하고 말리고 다시 올리며 그림은 공간과 시간을 품게 된다. 관람객은 미지의 장을 나의 작품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트 갤러리 김경애 대표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기억과 현재 시간, 공간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오묘한 빛과 시공간을 담은 신 작가의 단색화는 새로운 매력이 넘친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20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