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산터널도 스톱… 공사비에 부산 인프라 ‘비상’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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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 건설사업 입찰 포기
공사비 20~30%가량 급등 여파
서부산의료원 건립 공모 사업
부산항 신항 방파호안 축조공사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도 위기

HJ중공업이 부산 영도구 봉래교차로와 동삼혁신지구를 연결하는 봉래산터널 공사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부산 영도구 봉래교차로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HJ중공업이 부산 영도구 봉래교차로와 동삼혁신지구를 연결하는 봉래산터널 공사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부산 영도구 봉래교차로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영도구 봉래산터널의 시공을 맡을 것이라 기대했던 HJ중공업이 사업 입찰을 포기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사업비 책정이 공사비 상승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적자 시공’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공공부문 수주를 꺼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서부산의료원,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등 부산의 핵심 인프라 조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5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은 봉래산터널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총 사업비 2419 억 원의 봉래산터널은 부산대교와 동삼혁신도시를 잇는 도로 개설 사업이다.

봉래산터널의 초기 단계서부터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HJ중공업이 시공 적임자로 거론됐다. HJ중공업의 모태가 86년 전 영도조선소에서 시작됐으니, 영도의 핵심 인프라 공사를 다른 업체에 넘겨 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상징성이 강하다는 평가다. HJ중공업이 대규모 SOC 사업을 여럿 수행하며 공공부문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것도 큰 요인이다.

당초 HJ중공업은 지역 건설업체 2~3곳과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 참여를 고려했으나 끝내 이를 포기했다. 업계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이라 분석한다. 최근 2~3년간 20~30% 정도의 공사비가 증가했는데, 공공부문 사업비는 물가 상승 수준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상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봉래산터널 입구 300m 부근까지 주택들이 있는데 철거 등 과정에서 안전상 위험이 있다.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며 “건설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높은 리스크를 떠안으며 사업에 참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HJ중공업이 부산 영도구 봉래산터널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봉래산터널은 사진 아랫부분 부산대교와 사진 윗부분 봉래산 너머 동삼혁신지구를 연결하는 총사업비 2419억 원 규모의 왕복 4차로, 3.1km 길이의 터널이다. 정종회 기자 jjh@ HJ중공업이 부산 영도구 봉래산터널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봉래산터널은 사진 아랫부분 부산대교와 사진 윗부분 봉래산 너머 동삼혁신지구를 연결하는 총사업비 2419억 원 규모의 왕복 4차로, 3.1km 길이의 터널이다. 정종회 기자 jjh@

봉래산터널 입찰에 관심을 갖던 건설사는 HJ중공업을 포함해 3곳으로 알려졌다. HJ중공업과 함께 다른 한 곳의 업체도 입찰 포기 의향을 밝히면서 현재는 1곳만 남게 됐다. 1곳만 입찰을 하면 유찰이 돼 재공고가 나고, 또다시 단독입찰이 이뤄지면 그때는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된다. 하지만 남은 업체 1곳의 입찰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는 비단 봉래산터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서부산의료원 건립을 수행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했으나,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기존 사업비인 780억 원 규모로는 공사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예산을 약 78억 원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공사비 3516억 원 규모의 부산항 신항 남측 방파호안 축조공사도 지난해 유찰됐고, 현재는 수의계약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의 경우 입찰 절차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논의되고 있는 사업비 규모가 기대 이하라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나설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는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공부문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임원은 “기술형 입찰 시스템 아래서는 발주된 금액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데, 워낙 저가다 보니 우수 기술 접목은 고사하고 돌발상황 대처도 안 되는 형편”이라며 “물가변동 규정 역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아 결국 시공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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