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항쟁 불씨’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 별세
부산 출신 박 열사 사망 후
남편과 민주화 운동 헌신
1987년 6월 민주항쟁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가 향년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17일 정 씨 유족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서울 강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정 씨 유족은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 웃으시며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며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고인은 남편인 박정기 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등진 후 부산 자택에서 홀로 지냈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2019년부터 서울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 말사인 성전암에서 열린 ‘박종철 민주열사 30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 열사는 전두환 정권인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재학 중 사망했다. 그는 전날인 13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강제로 끌려갔고, 경찰은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기 위해 박 열사를 고문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결국 이 사건은 6·10 항쟁 기폭제가 됐다.
정 씨는 1987년 2월 7일 시민사회 주도로 진행된 국민추도대회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대신 그는 부산 사하구 괴정동 사리암을 찾았고, 박 열사 누나 박은숙 씨와 추도 타종을 한 장면은 많은 시민들 가슴을 울렸다. 당시 〈부산일보〉는 울부짖으며 종을 치는 모녀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고인의 남편인 박정기 씨는 2018년 7월 89세 일기로 별세했다. 정 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에 참여한 남편이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는 것을 묵묵히 도왔다. 2000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도 부부는 큰 역할을 했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종부(66) 씨와 박 열사 누나인 은숙(62) 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이며 고인 유해는 서울시립승화원을 거쳐 모란공원에 안치할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