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항쟁 불씨’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 별세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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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 박 열사 사망 후
남편과 민주화 운동 헌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오전 별세했다. 이날 서울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된 빈소 모습(위). 정 씨와 박 열사의 누나가 1987년 2월 경찰의 저지로 박 열사의 서울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사하구 괴정동 사리암에서 울부짖으며 타종하는 모습을 본보 김정태 기자가 촬영한 특종 사진. 연합뉴스·부산일보DB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오전 별세했다. 이날 서울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된 빈소 모습(위). 정 씨와 박 열사의 누나가 1987년 2월 경찰의 저지로 박 열사의 서울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사하구 괴정동 사리암에서 울부짖으며 타종하는 모습을 본보 김정태 기자가 촬영한 특종 사진. 연합뉴스·부산일보DB

1987년 6월 민주항쟁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가 향년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17일 정 씨 유족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서울 강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정 씨 유족은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 웃으시며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며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고인은 남편인 박정기 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등진 후 부산 자택에서 홀로 지냈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2019년부터 서울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 말사인 성전암에서 열린 ‘박종철 민주열사 30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 열사는 전두환 정권인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재학 중 사망했다. 그는 전날인 13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강제로 끌려갔고, 경찰은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기 위해 박 열사를 고문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결국 이 사건은 6·10 항쟁 기폭제가 됐다.

1987년 5월 22일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구속된 조한경 경위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자신과 강진규 경사 외에 다른 공범 3명이 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들의 고문치사사건 추가공범소식을 전해 들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와 어머니 정차순 씨가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일보DB 1987년 5월 22일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구속된 조한경 경위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자신과 강진규 경사 외에 다른 공범 3명이 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들의 고문치사사건 추가공범소식을 전해 들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와 어머니 정차순 씨가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일보DB

정 씨는 1987년 2월 7일 시민사회 주도로 진행된 국민추도대회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대신 그는 부산 사하구 괴정동 사리암을 찾았고, 박 열사 누나 박은숙 씨와 추도 타종을 한 장면은 많은 시민들 가슴을 울렸다. 당시 〈부산일보〉는 울부짖으며 종을 치는 모녀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고인의 남편인 박정기 씨는 2018년 7월 89세 일기로 별세했다. 정 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에 참여한 남편이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는 것을 묵묵히 도왔다. 2000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도 부부는 큰 역할을 했다.

1991년 1월 13일 부산 사하구 괴정동 사리암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4주기 천도재에 박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씨와 민가협 회원 등이 참여했다. 부산일보DB 1991년 1월 13일 부산 사하구 괴정동 사리암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4주기 천도재에 박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씨와 민가협 회원 등이 참여했다. 부산일보DB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종부(66) 씨와 박 열사 누나인 은숙(62) 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이며 고인 유해는 서울시립승화원을 거쳐 모란공원에 안치할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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