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 태어나는 ‘창발’ 근원에 양자역학 존재”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
양자기술, 과학에서 산업으로
기존 산업 부가가치 높이는 기술
2035년 경제 유발 효과 2조 달러
패널들이 동남권 양자클러스터 추진 전략과 지역 산업 도약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양자는 우주와 만물의 원리인 최신 물리학인 동시에 글로벌 강국이 주도권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혁신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AI) 다음으로 양자를 지목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5일 열린 ‘제5회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에선 양자기술의 두 가지 측면을 개괄하는 강연이 마련됐다.
고등과학원 박권 물리학부 교수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양자역학 이야기’를 주제로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낯선 양자역학의 개념과 의미를 풀어냈다. 그에 따르면 양자는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자 우주 그 자체”다.
박 교수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믿음,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라플라스의 악마’로 불리는 과학적인 결정론이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깨졌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실제로 ‘삼체 문제’나 ‘나비 효과’처럼 변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예측이 힘들어진다.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에서 새로운 것이 태어나는 ‘창발’의 근원에 양자역학이 있다.
박 교수는 이중 슬릿 실험과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양자역학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는 “노벨물리학상을 탄 ‘벨 부등식’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이 맞았음이 증명됐고,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해 누군가 해킹을 시도하면 즉시 알 수 있는 높은 보안성의 양자 통신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면서 “중첩을 이용해 모든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계산하는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우주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궁극의 도구이자 ‘우주가 양자컴퓨터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이규환 팀장은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계획’ 강연에서 “양자산업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금융, 에너지, 물류, 제약, 방산 등 기존 산업에 적용돼 부가가치를 대폭 높이는 ‘파생 산업’으로, 2035년 경제적 유발 효과는 최대 2조 달러(약 2900조 원)로 전망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는 ‘양자 우위 달성’이나 ‘큐비트 성능 향상’처럼 연구실 수준의 성과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어떤 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현장 적용과 안정적 부품 공급이 가능한가’라는 상용화 중심으로 양자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중국, EU와 일본 등 글로벌 강국들이 양자 기술 경쟁에 나선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팀장은 “글로벌 강국들조차 생태계를 신속하게 조성하고,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프라와 숙련 기술 인력의 암묵지를 공유하고 정부 주도로 마중물 역할을 할 초기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양자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도 올해 1월 ‘넥스트 AI(인공지능)’로 ‘양자’를 지목하고 지난 9월에는 서울(양자컴퓨팅), 전남광주(양자통신), 부산·울산·경남(양자 센싱)을 3대 ‘양자클러스터’로 지정했다. 동남권은 풍부한 제조업 기반과 연구·제조·소부장 역량을 결집해 양자 센서의 제작부터 패키징·시험·인증과 현장 실증까지 지원하고, 해양·제조·방산 등 특화산업과 연계해 제조기업의 양자 전환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