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이 인정한 바다의 정력제, 굴로 만든 영양만점 굴밥 [박상대의 푸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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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에서 안면도 가는 길목에 서산 AB지구 간척지가 있다. 그 중간에 조그만 암자 간월도와 간월암이 있다. 밀물일 때는 섬이었다가 썰물일 때 바닷길이 열리고 사람들이 곳이다. 간월도 들어가는 휴게소에 굴밥전문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나는 15년 전, 간월도 휴게소에 있는 음식점에서 처음 굴밥을 먹었다. 처음에는 순전히 호기심에 ‘굴로 만든 밥’을 주문했다.

굴밥은 돌솥에 쌀과 잡곡을 넣고, 대추와 단호박을 넣고, 위에다 굴을 넣어서 쪄낸 밥이다. 돌솥을 덮고 있는 나무로 만든 솥뚜껑을 연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쇠솥을 사용하는 음식점도 있다.) 차마 숟가락을 댈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빈 사발에다 퍼서 간장하고 비벼 잡수세요.” 밥을 갖다 준 여성은 처음 온 손님을 금세 알아보고 먹는 법을 일러 주었다. 그러나 너무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킁킁~ 밥솥에 코를 대기도 전에 콧속으로 굴향기가 밀려들어왔다.   

굴은 다양한 방식으로 식탁에 오른다. 생굴이 있는가 하면 해남 진도지방에서는 굴 물회를 만들어 먹는다. 서해안에서는 미역국에 굴을 넣어 끓인다. 떡국을 끓일 때나 매생이국에도 생굴을 넣는다. 굴전이 있고, 파전에도 굴을 넣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영화제 뒤풀이 때 언급한 굴국밥과 굴짬봉도 있다. 굴은 바닷가 사람들 식탁에 약방의 감초처럼 많이 등장한다. 살림이 넉넉한 사람들은 굴을 자루째 사다가 찜이나 구이를 해서 먹는다.

할머니들은 영감남이 입맛을 잃었을 때 어리굴젓 반찬을 내놓고, 간밤에 약주를 많이 마시고 들어오면 아침에 굴국을 끓여 해장을 시켜 주었다. 서양 사람들은 굴을 정력제라고 여겼다. 굴 속에 칼슘과 칼륨, 글리코겐과 아연 등 성호르몬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황제들이 굴맛을 보고 영국원정에 나섰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할 정도이다.

굴은 5얼부터 8월까지 산란기라서 독소가 있고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찬바람이 부는 때 서산 간월암 부근이나 당진 포구에 가면 굴밥을 파는 음식점들을 마주할 수 있다. 대추와 밤, 인삼 뿌리까지 넣어서 쪄낸 영양돌솥굴밥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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