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고리원전 3·4호기 지난달 폭우 때 송전설비 침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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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독자 개발한 최신식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송전 설비가 지난달 집중호우 때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발전소 일부 건물에서 빗물이 샜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한국형 ‘3세대 가압경수로(APR1400·발전용량 1400MW급)’로 지난해 12월 6일 준공됐다. 최첨단 원전인 신고리 3·4호기에 빗물이 유입돼 안전성에 크게 흠집이 간 것은 물론 원전 당국이 해당 사실을 지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아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치야드 제어동·GIB터널

발목 높이까지 빗물 차올라

원안위 “다음 날 오전 배수 완료”

터빈건물 비 샜다는 의혹도 제기

지역주민에게 안 알리고 ‘은폐’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한국전력공사(한전) 부산울산지역본부 등은 〈부산일보〉의 확인 취재에 지난달 23일 부산과 울산의 집중호우 당시 신고리 3·4호기 송전설비 일부가 침수된 사실을 시인했다. 당시 새울원전본부가 있는 울주군에는 하루 최대 215.5㎜의 비가 쏟아졌고, 이날 오후께 스위치야드 제어동 지하와 외부 전선 연결 지점에 빗물이 대거 유입됐다. 또 해당 장소와 가스절연모선(GIB) 터널을 연결하는 출입문을 통해 빗물이 새면서 GIB터널 역시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스위치야드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선로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한전이 관리하고 있다. GIB는 발전소 터빈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외부 전력망으로 이동시키는 설비를 말하며, 절연체로 육불화황(SF6) 가스가 흐르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오후부터 자정까지 많은 비가 쏟아져 송전설비 두 곳이 침수됐지만, 다음 날 오전에 배수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번 침수로 원전 가동 중단은 없었고, 송전에도 지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침수 당시 스위치야드 제어동 지하에 설치된 펌프를 통해 물을 퍼냈다”면서 “침수 재발을 막기 위해 특별히 취한 조치는 없다”고 답변했다.

원전 안팎에서는 지난달 폭우 당시 신고리 3·4호기의 터빈건물에도 비가 샜다는 의혹도 퍼져 나가고 있다. 신고리 3·4호기 각각의 터빈건물 1층 전기패널 상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보호 커버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비가 새서 보호 커버를 설치한 것이 아니라 여름철 높은 습도로 발생한 응축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많은 비로 국내 원전이 침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8월 25일에도 부산 기장군에 시간당 117.5㎜의 비가 쏟아지면서 고리 2호기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송전설비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송전설비는 사실상 원전과 한 몸이기에 모든 설비는 침수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면서 “왜 물이 들어갔는지, 부실 공사를 했는지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황석하·권승혁·이승훈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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