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 ‘임금 인상’ 의견 좁혀… 막판 협상 타결 ‘희망’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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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49일째를 맞은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에서 파업 중인 하청지회(왼쪽)와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49일째를 맞은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에서 파업 중인 하청지회(왼쪽)와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둘러싼 노정, 노사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와중에 노사 대화가 사실상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며 막판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 노사는 비공개 물밑 협상을 통해 최대 쟁점이던 임금 인상을 놓고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교섭장 안팎에서 타결 기대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노조, 임금 인상 대폭 양보안 제시

기존 30%서 10% 이하로 조정

협상 결렬 땐 노사정 갈등 ‘화약고’

공권력 투입·물리적 충돌 가능성


대우조선 사내 협력업체 22곳 노동자 400여 명으로 구성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는 올해 1월부터 대우조선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난달 2일 파업을 시작했고, 22일에는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현재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에서 7명이 농성 중이며, 이 중 유최안 부지회장이 1㎥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쇠창살로 입구를 용접한 채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청지회는 그간 △임금 인상 30% △상여금 300% △단체교섭 인정 △노조 사무실 마련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했으나, 노사는 지난 16일부터 대우조선지회 중재로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해 종전 임금 30% 인상에서 10% 인상으로 폭을 좁혔고, 19일에는 이보다 낮은 인상폭으로 협상을 이어갔다. 다만 노조가 내년 1월 1일부터 임금 10% 인상을 요구해 이를 두고 최종 타결점을 찾기 위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경우 원·하청 관계, 국책은행 채권단 관리 체계 등 변수도 복잡하게 깔려 있다. 무엇보다 원청 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움직임, 회사의 수천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건 등이 교섭 타결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지회는 하청노조 파업이 장기화하자 21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금속노조 탈퇴를 찬반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노사 간 ‘끝장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우조선 파업 현장이 노사정 갈등의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도 가득하다. 이미 정부가 공권력 투입을 예고했고, 이에 맞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희망버스 방문 등이 예정돼 있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틀째 하청노조 파업현장을 찾아 원·하청 노사를 상대로 협상 타결을 지원했다.

이날 대우조선 안팎에서는 노조 파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세력 사이에 ‘강 대 강’ 대치가 벌어졌다.

금속노조 조합원 5000여 명(경찰 추산)은 오후 2시 30분부터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 7·20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서문까지 1.9km 구간을 행진했다. 금속노조는 “정권이 비정규직 투쟁을 폭력으로 짓밟고 거제지역에 노조의 싹을 뽑으려 한다”며 “조선하청지회 투쟁을 승리하고 거제지역 민주노조를 사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시각 대우조선 사내에서는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총궐기대회가 열려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하청 직원 4000여 명(경찰 추산)은 ‘우리 일터를 지킵시다’ ‘대우 식구 10만명이 피눈물 흘린다’ 등 손팻말을 흔들며 민주광장에서 서문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경찰은 부산지역 경찰 4개 중대를 포함해 8개 중대 670여 명을 배치해 돌발상황에 대비했다. 양측은 서문 앞에서 불과 20m 거리를 두고 ‘맞불 집회’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양측 참가자들 사이에 일부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말다툼이 있었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20분에는 이 회사 사무직 직원 A(55) 씨가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하청노조가 점거한 원유 운반선 옆 선박에서 20~25m 높이 철제 선반에 올라가 ‘물 들어온다, 배 띄우자’ ‘하청노조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 A 씨가 있는 곳은 농성 중인 하청노조와 격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 현재까지 충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 시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경남 시민단체 전·현직 대표’는 이날 경남경찰청 앞에서 회견을 열고 “대통령이라면 불법 엄단을 말하기 전에 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왜 투쟁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며 “정부가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파업 사태를 직접 해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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