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 감찰 착수” “총경 응원 모금운동”… 강 대 강 대치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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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모여든 경찰관들이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모여든 경찰관들이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경찰 조직의 통제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시작된 행안부와 경찰 조직의 갈등은 지난 23일 개최된 전국 경찰서장 회의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강공 드라이브에 숨죽이고 있던 경찰 구성원들이 반발에 가세하며 행안부와 경찰 조직의 갈등은 ‘강 대 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해산에 대한 지시 명령을 위반하고, 단체 모임을 주도했다는 이유 등으로 경찰서장 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복무규정 위반 사유로 대기 발령 조치했다. 이와 함께 나머지 회의 참석자들에 대해서도 감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 후폭풍

경찰청 엄정 조치에 기름 부은 격

내부 게시판 “가처분 신청 하자”

경찰국 문제 새 국면 전환 전망도


류 전 서장은 24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의를 마치고 울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인사 조치 통보를 받았다”며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경찰 간부급에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경찰서장을 맡는 총경 계급은 650여 명에 이르며, 13만 명에 가까운 일선 현장 경찰관들을 지휘하는 조직의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그동안 경찰국 반대 목소리는 경찰들의 노동조합 격인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나왔다. 전국 경찰 직협 대표들이 단식과 삭발 농성을 이어왔지만 파급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에 행안부 역시 ‘강공책’으로 경찰국 신설 등을 계획대로 구체화했다. 하지만 경찰 지휘 조직의 핵심 역할을 하는 총경들 상당수가 이번 회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찰국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잠잠해졌던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문제가 다시 갈등의 뇌관으로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경찰청 지휘부의 회의 참가자 엄정 조치 방침은 ‘타오르는 불꽃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24일 오전 ‘탄압받는 총경 법률 지원 모금’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미 회의를 가질 것을 알고 있었고, 그 결과와 관련해 25일 경찰청장 내정자와 만남을 가지기로 약속돼 있었음에도 갑자기 대기 발령이라… 이상민 장관의 경찰 장악은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향후 탄압받는 총경들에 대한 법률지원 모금 운동으로 우선 직무집행정지 무효 가처분 신청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조회수 5300여 회를 기록했으며 댓글도 200여 개가 달렸다.

그러나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 경찰청 지휘부는 "국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간부들이 집단 움직임에 나서는 건 국민 불신을 낳을 뿐"이라는 입장으로 맞선다. 서장 회의 당일에도 지휘부는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강경한 태세를 유지했다. 윤 후보자는 별도로 서장 회의 참석자들에게 해산을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 조직 안팎에서는 이번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경찰청의 강경 조치로 경찰국 신설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부산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직협을 중심으로 반발이 있긴 했지만 일선 직원들 사이에는 반대는 하지만 적극적인 대응 목소리와 행동은 나오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경찰청의 인사 조치와 감찰 방침이 사그라졌던 경찰 내부의 반발 기류를 되살리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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