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여파 부산 빌라·오피스텔 전세 거래량 ‘반토막’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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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피해지역 위험 매물로 기피
공인중개소 사실상 개점 휴업 중
부산진구 4월 전년동기비 60%↓
정상적인 물건도 계약 절벽 상태
임차인 “안전하다는 말 못 믿어”

전세사기의 영향으로 지난달 부산지역 빌라와 오피스텔 등의 전세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부산 남구 대연동 빌라촌 전경. 부산일보DB 전세사기의 영향으로 지난달 부산지역 빌라와 오피스텔 등의 전세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부산 남구 대연동 빌라촌 전경. 부산일보DB

“전세사기가 터지고 난 뒤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 거래가 없다시피 합니다.”

10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한 공인중개소 대표 A 씨가 거래 명부 파일을 보며 말했다. A 씨는 매년 거래 명부를 만들어 정리해 놓지만 올해는 거래가 거의 없어 파일을 만들지도 못했다. 인근에 있는 부동산 5곳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몇 곳은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쉬고 있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A 씨는 “전세사기가 터지고 난 뒤, 불안 심리가 작용해 특히 전세가 많은 오피스텔이나 빌라의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오피스텔이나 빌라의 전세 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사기가 잇따라 발생한 부산 일부 지역은 세입자들이 기피하는 지역으로 전락할까 우려하고 있다.

A 씨는 “일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이 젊은 층들을 상대로 제대로 설명도 없이 무작정 안전하다고 매물을 속이고 피해를 만들어 다수의 공인중개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금도 여전히 서면 인근에서는 위험한 매물을 광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주 기피 지역이 될까 겁난다”고 말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부산의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은 262건(계약일 기준)으로 지난해 4월 537건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 줄었다. 아파트보다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20~30대의 선호도가 높은 오피스텔 거래량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4월 부산의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은 38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627건)에 비해 38.5% 정도 뚝 떨어졌다.

특히 부산에서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량이 가장 많은 부산진구의 경우 올 4월 기준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은 63건으로 지난해 171건에 비해 60%가량 감소했다. 부산진구의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도 31건으로 전년 동월 65건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 다세대·연립 주택과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이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감소 폭이 크다.

업계는 최근 부산의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잇따른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을 꼽는다. 통상적으로 대학교 개강 전이나 새 직장 출근 등의 이유로 1분기에 빌라와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4월부터 비수기에 접어든다. 이런 시기를 감안해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전세 거래량이 많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부산진구의 경우 젊은 층 거주 비중이 높고 전세사기가 올 2월부터 잇따라 터져 세입자들의 불안심리가 작용해 전세 거래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2달 뒤 새로 거주할 집을 구해야 하는 대학생 김 모(25) 씨도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김 씨는 “전세사기가 자꾸 터지는 지역으로 가기 꺼려져 어느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야할지 모르겠다”며 “공인중개사들이 무작정 안전하다고만 말하는 경우가 있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진구 최지효 지회장은 “정상적인 매물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다. 전세 거래 시 권리 관계 분석과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설명 등 꼼꼼하게 중개가 이뤄지도록 만들고 있다”며 “전세 거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 공인중개사와 임대인, 임차인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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