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샘로 갈등 해결 ‘뒷짐’, 시간만 2년 끈 부산대
금샘로 부산대 통과 구간의 공사가 수년째 늦어지면서, 도로 공사가 중단된 곳은 건설 폐기물 야적장으로 전락했다.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사는 이현정(가명·40) 씨는 출근길만 되면 짜증이 솟구친다. 그렇지 않아도 출퇴근 시간이 되면 교통 체증으로 엉망이 되는 중앙대로다. ‘금샘로만 개통되면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를 한 적도 있었지만, 그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부산대 구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남산동에서 금샘로로 달려오던 차량이 그대로 중앙대로로 쏟아지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공사장이 금정구의 건설 야적장으로 전락한 건 덤이다.
市 “지하 관통” 학생들 “우회터널”
미개통 구간 850m 공법 갈등
부산대가 나서 ‘적절 공법’ 용역
결론 못 낸 채 市에 다시 공 넘겨
금정구 숙원사업 해결 ‘하세월’
주민 “출퇴근 지옥 언제 해결되나”
이 씨는 “금샘로가 무용지물이다 보니, 중앙대로는 매일 출퇴근 시간이면 지옥도로가 된다”며 “부산시든, 부산대든 빨리 공사 일정을 마무리해서 주민 불편을 해소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불평했다.
부산대가 금정구의 숙원 사업인 ‘금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체 용역 등으로 수년을 허비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부산시로 다시 공을 넘겼다. 부산대가 시간을 끌어 금샘로 개통이 늦어지는 동안 체증이 극심한 중앙대로를 통행하는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부산대는 4일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금샘로 공법 적정성 검토 용역을 마무리한 결과, 마땅한 공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금샘로의 공법을 두고 부산시와 학내 구성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적절한 공법을 찾겠다며 자체적으로 용역을 진행했다. 1년을 넘게 끌어온 부산대가 내린 결론은 ‘채택할 공법이 없다’였다.
부산대가 용역을 진행하는 동안 부산시도 실시설계 용역을 중단했다. 결국 대학이 공사에 딴지를 걸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금정구 남산동에서부터 금강식물원 입구까지 3.5km 길이의 금샘로는 우장춘로를 따라 미남교차로까지 이어진다. 부산시는 1993년부터 중앙대로의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금샘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까지 부산대 통과 구간인 850m를 제외하고는 모든 구간의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부산대 통과 구간이 개통되지 않아 반쪽짜리 도로 역할만 하고 있다.
부산시는 당초 도시계획시설대로 학교를 관통하는 지하 차도를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산대는 학교를 통과하는 도로에 대해 극구 반대 입장을 펼쳐왔다. 시의 방식대로 지하 차도를 만든 뒤 다시 덮는 ‘개착식’ 방식으로 공사를 할 경우, 공사 진동과 소음 등으로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지난해 5월에는 금샘로 예정구간과 30m도 떨어지지 않은 미술관에서 외벽이 붕괴해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학내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1년 넘게 끌어온 부산대의 용역이 결론 없이 마무리되자 부산대 금샘로 비대위원회는 이번에는 요식행위에 그친 용역 결과를 따를 것이 아니라 대학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본부가 2018년 12월 학부·대학원생, 교원 등 362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우회터널 형태로 건설해야한다는 응답이 54.6%(1981명)에 달했다. 부산시가 제안한 개착터널 형태로 해야 한다는 응답률을 11.5%(416)명에 그쳤다. 주기재 비대위원장은 “대학은 결론이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부산시의 안대로 밀어붙인다면 그 진동과 소음으로 인해 학내 안전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물론, 학습권의 침해도 불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우회터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샘로를 둘러싼 이견은 결국 한발도 좁혀지지 못한 셈이 됐다. 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우회터널을 개통할 경우 당초보다 예산이 훨씬 늘어나고 환경 파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대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논의를 진행해 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