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관광지는 공사 중?
라이프부 선임기자
며칠 전 경북 청도 와인터널을 찾아갔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10도 안팎의 낮은 기온을 유지하는 곳이다. 안에 들어가면 시원한 걸 넘어 추위를 느낄 수도 있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행지여서 혹서기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간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찾아오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터널 입구 쪽에 매표소가 있었지만 성인 1인당 3000원인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코로나19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무료 개방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배려심이 깊은 조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자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청도와인터널 총 길이는 1km를 넘는다고 하는데 약 200m 지점에서 막혀 있었다.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더위를 무릅쓰고 먼 길을 달려온 많은 사람은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은 터널 내에서 와인과 각종 음식을 파는 매점뿐이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서둘러 찾아봤다. 초기 화면에 ‘5월 16일부터 정상 영업’이라는 글만 있을 뿐 어디에도 ‘공사 중’이라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2주 전에는 경남 하동 편백자연휴양림을 찾아갔다. 이곳도 공사가 벌어졌다. 숙소 바로 앞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나는 기계를 동원해 난간을 설치했다. 다른 공사도 함께 진행됐다. 그나마 이곳의 홈페이지에는 ‘보완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소음이 날 수 있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유명한 여러 휴양지, 관광지에서 진행되는 공사를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방문객이 뜸하던 시기에는 뭘 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사람이 몰리는 휴가철에 공사를 하는 것일까.
청도에서 돌아온 뒤 지난해 1월에 쓴 기사를 찾아봤다. ‘베니스, 파리 그리고 부산’이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적 비수기를 다른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질적인 난제를 해결할 시간적 여유로 받아들이고 있다…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지금이야말로 공사를 진행할 적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일거리를 못 구해 애를 먹었다. 만약 그 시기에 관광지를 정비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공사를 했다면 평소보다 싼 값에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도, 하동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뒤늦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 고장의 관광지를 찾아온 손님을 즐겁고 편하게 하자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사를 하는 것일까. 왜 조금 일찍, 그리고 멀리 볼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