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전도사’ 부산상의 회장 3인 집념의 결실[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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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일등 공신 지역 경제계

2006년 신정택 회장 문제 제기
부산 온 노무현 전 대통령 응답
2011년 백지화 결정 위기 맞아
조성제 회장 시민추진단 결성
허용도 회장 끈질긴 설득 노력

‘신공항 전도사’를 자처하며 가덕신공항 추진에 앞장선 신정택(왼쪽부터)·조성제·허용도 전 부산상의 회장. 부산일보DB ‘신공항 전도사’를 자처하며 가덕신공항 추진에 앞장선 신정택(왼쪽부터)·조성제·허용도 전 부산상의 회장. 부산일보DB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 있던 정책 메모 한 장이 가덕신공항의 시작이었다.

메모의 주인공은 2006년 12월 부산을 찾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접한 신정택 당시 부산상의 회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물류 시설을 부산신항으로 옮겨 북항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북항재개발 용역 최종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공사 예정지인 북항 일원을 둘러본 노 전 대통령은 보좌진을 대동하고 서면 롯데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 오찬장에서 신 전 회장과 지역 경제인들이 노 전 대통령을 맞았다.

신 전 회장은 메모를 꺼내 대통령에게 부산의 염원이던 신공항의 당위성을 전했다. 김해공항은 2002년 중국민항기 추락사고 이후 이미 안전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이용객까지 폭증해 협소한 시설에 시민 불만이 커지던 시점이었다.

부산상의의 정책 건의는 ‘검토해 보라’는 노 전 대통령의 한마디를 통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수석에게 전해졌다. 신공항 논의는 그렇게 불을 지폈다. 국토부가 이듬해인 2007년 11월 ‘제2 관문공항 건설이 타당하다’는 용역 결과를 내놓자 부산은 환호했다. 신 전 회장과 부산상의는 ‘신공항 전도사’로 자처하고 나서 24시간 운영가능한 관문 공항을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상공회의소 주도로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설립된 것도 이즈음이다.

신공항의 염원은 상공회의소 회장 바통을 이어받은 조성제 전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정작 신공항은 암초를 만났다. 부산과 대구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국토부가 2011년 3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라는 악수를 둔 것이다. 사그라들 위기에 처한 신공항 불씨를 살리기 위해 조 전 회장은 안간힘을 썼다. 2012년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현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을 설립한 그는 신공항 캠페인을 이어 나가며 시민의 의지를 재결집했다.

상공계의 노력은 후임 허용도 전 상의회장으로 이어졌다. 상공회의소는 허 회장 임기 내내 신공항을 최우선 과제로 밀어붙였다. 허 전 회장은 2018년 10월 부산상의 주최로 동남권 100년 공항 건설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신공항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상의 회장단을 대동하고 두 차례 상경해 이낙연과 정세균, 국무총리 두 사람에게 간절한 신공항 염원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낙연 전 총리는 특별법 통과 후 한 인터뷰에서 ‘허 전 회장과 부산 경제인의 간절한 바람을 듣고 신공항을 부울경 도약에 꼭 필요한 시설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20년 7월 울산과 경남 경제계를 끈질기게 설득해 기자회견장에 앉히고 신공항의 최적 입지가 가덕임을 천명한 이도 허 전 회장이다.

상의 회장 세 사람의 땀과 눈물은 결국 가덕신공항 특별법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조기 개항 선언으로 결실을 보았다.

‘신공항 전도사’ 신정택 전 회장은 이번 신공항 로드맵 발표를 보며 한없는 감사를 표했다. 그는 “공항 없이 삼류 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부산의 꿈이 시민의 관심과 애정으로 결국 현실이 됐다”며 “신공항 첫 단추를 끼워 준 노 전 대통령부터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한 박형준 시장을 비롯해 고생한 부산시와 국토부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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