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개혁 좋지만 수능 다섯 달 앞두고 혼란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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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쉬운 수능’ 발언 교육 현장 혼란
수험생 불안 잠재울 후속 조치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이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제2의 만 5세 초등입학 사태'라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이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제2의 만 5세 초등입학 사태'라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관련 발언 파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할 것을 지시했다. 비문학 국어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라고 콕 찍어 거론하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부당하다고까지 했다.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육 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대통령실의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 얘기한 게 아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에서는 올해 수능 출제 경향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나친 사교육 의존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 간다. 중산층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는 기록적 출산율 저하와 부의 대물림 등 각종 사회 문제의 배경으로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윤 정부가 3대 개혁 과제의 하나로 교육개혁을 들고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운운한 것도 개혁의 절박함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교육 현장에 몰고 올 파장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당장 현장에서는 ‘물수능’과 ‘불수능’을 예상하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수험생만 불쌍하다는 한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 문제는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 정부 출범 초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전격 발표했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낙마하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15일에는 학교 수업을 벗어난 어려운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했다가 하루 뒤인 16일에는 공정한 변별력이 본질이라며 말을 바꿨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험생의 절박함을 헤아렸다면 나오지 않았을 즉흥적 발언들이라고 비판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대대적 감사나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경질도 사태 수습이라기보다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수험생과 교육 현장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도록 교육 당국의 신속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당장 11월 16일 치러질 올해 수능 난이도를 놓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제 방향에 따라 입시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문제가 되는 것이 수능 난이도다. 수능 출제 경향에 변화가 있다면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다. 현장 여론을 잘 수렴할 일이다. 윤 정부가 지향하는 공교육 정상화는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당장은 수능 난이도 발언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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