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같은 아이의 미소…고뇌와 번뇌가 사라지다
성각 스님 선서화 특별기획초대전
‘아이좋아, 미소좋아’ 10월 6~20일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 갤러리
산·동자상·분타리화 등 30여 점
‘집착·탐욕 벗어나야’ 메시지
“지난 5월 부산시 무형문화재 선화보유자 지정 10주년 기념행사를 치렀습니다. 그때 더 낮고 친근한 붓으로, 세상과 사람을 아우르는 따듯한 붓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부산시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 제작 기능보유자인 성각 스님(경남 남해 망운사 주지)은 선법의 도구로 무수한 선서화를 그리며 참선을 이어왔다. 스님은 40여 년 동안 선서화를 통해 불교 수행의 대중화와 전통 문화예술의 보급·확산에 노력해 오고 있다.
성각 스님이 선서화로 대중과 만나는 자리가 펼쳐진다. 경상남도교육청은 10월 6일부터 20일까지 성각 스님 선서화 특별기획초대전 ‘아이좋아, 미소좋아’를 도교육청 제2청사 갤러리에서 연다.
선서화 30여 점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담은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엄마와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은 ‘둥근행복’과 ‘Love 하모니’,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그린 ‘아이 좋아’ 등이 대표적이다. 둥그런 보름달에서 미소를 짓는 이가 나오는 ‘억겁의 미소’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의 마음에는 천진한 마음,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천진불’인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 편안해지고 기쁨이 샘솟는 이유입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그동안 그려온 ‘억겁의 미소’는 ’아이의 미소’였습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완성되는 미소였습니다.”
전통 선화에서 진일보해 스님이 즐겨 그리는 산, 동자상, 분타리화(하얀 연꽃)도 선보인다. ‘山心(산심)’이란 작품에는 산과 동자승이 등장한다. 산은 스님에게 끊임없이 깨달음의 화두를 던지는 스승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스님은 40여 년간 예불과 참선으로 맑은 선지를 모은 뒤 ‘산’자를 써 왔다.
‘花心(화심)’은 분타리화(하얀 연꽃)를 그린 것으로 번뇌에 물들지 않은 청정무구의 불성에 비유되며, 극락세계의 부처님을 상징한다. 특히 분타리화는 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산은 신비무상한 영험의 꽃이 피는 곳, 번뇌가 없고 극락정토가 있는 이상향인 연화장세계이다. 현세의 사바세계에서 극락정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달마 등 선화의 주요 소재를 다룬 작품도 있다. ‘보리달마 명심견성 일체개공’은 중국 선종의 초조 보리달마를 내세워 ‘밝은 마음으로 내 성품을 보면 일체가 다 공허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산 습득 하하하 아약환안 소번뇌’는 기인 선승인 한산과 습득이 나온다. ‘하하하 하고 웃는다면 비록 작은 번뇌의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전한다.
‘福(복) 두꺼비 게 섰거라!’는 익살스럽다. 나이 든 인물이 ‘두꺼비 게 섰거라’라고 말하자 두꺼비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받아친다. 스스로 복을 지어야 복이 온다는 교훈을 전한다.
이처럼 성각 스님의 선서화는 집착과 잡념, 탐욕을 걷어내고 자연에서 발견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세상만사 모든 고뇌와 번뇌를 잊게 된다.
성각 스님은 “한 점 한 점이 수행의 결과물인 만큼 전시를 보는 대중에게 큰 가르침과 깨달음으로 가닿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국내 최초 선화 무형문화재인 성각 스님은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고산대선사로부터 법맥을, 김해 동림사 회주 화엄대선사로부터 화맥을 이어받았다. 스님은 경남 거제 장목예술중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