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교생 집단 불법 온라인 도박… 시교육청 진상 조사
스포츠 토토에 수십만 원 걸어
경찰·학부모 등 관찰·상담 진행
청소년 도박 증가세… 대책 시급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산시교육청이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섰다. SNS와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체계적인 예방 교육과 중독 상담 치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금정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5명이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학생 중 한 명이 “일부 학생들이 불법 온라인 스포츠 토토를 한다”고 학교 측에 제보했고, 이 사실을 인지한 학교가 지난달 무기명으로 자체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한 학생은 총 15명으로 이 중 9명은 호기심에 의해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나머지 6명은 많게는 수십만 원 이상을 쓰며 온라인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전해져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뒤늦게 학생들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실을 확인한 학교 측은 온라인 불법 도박 예방 교육과 사후 조치에 나섰다. 학교 측은 학생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실을 학부모에게 유선으로 알렸고, 학생이 가정 내에서 불법 도박을 하는 모습이 보이면 학부모가 관찰 내용을 학교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후 관할 경찰서인 금정경찰서에 요청해 학교전담경찰관이 지난달 13일 2학년 학생 전체 120여 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사례와 해악성 및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담당 교사는 온라인 도박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상담과 예방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온라인 도박으로 인한 폭행이나 금품 갈취 등 문제는 현재까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온라인 불법 도박 금액이 큰 학생 6명에 대해서는 외부 상담 기관 연계 방안을 고민 중이며 향후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온라인 불법 도박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앱이나 게임 알림창 등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가입까지 쉽다 보니 불법 도박은 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도박 중독으로 상담받는 청소년은 매해 늘고 있다. 부산울산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부산지역 청소년 도박 문제 상담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36건, 2022년 42건, 2023년 10월 10일 기준 54건으로 증가 추세다.
청소년의 도박 중독은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불법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학생들 사이 고리대금까지 등장하거나 도박 빚 때문에 금품 갈취, 특수 협박 등 범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울산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은 또래들 사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쉽고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2차 범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며 “학교나 학부모도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야 하며 불법 도박에 가담하거나 중독 증상이 보이면 이를 외면하지 말고 조기 상담을 통해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