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뛰고, 더 공격적으로, 더 많은 골로, 반드시 1부 리그 승격”
부산 아이파크 박진섭 감독 각오
태국 전지훈련 뙤약볕 일정 ‘빡빡’
‘밸런스 축구’ 완성 공격력 강조
골 결정력·득점력 높이기 초점
30년 인연 유경렬 코치 ‘찰떡 궁합’
“개막전 승리, 좋은 분위기 연결”
21일(현지시간) 오후 태국 남부의 휴양지 후아힌,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자리한 ‘트루 아레나’ 훈련장. ‘섭씨 33도’ 태양의 열기가 한가득인 잔디구장 위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은 청년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지난해 좌절을 딛고 올시즌 K리그1 승격을 위해 담금질에 한창인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이다.
지난 8일 태국으로 날아온 선수들은 박진섭 감독과 유경렬 수석코치의 조련 아래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치앙마이에서 올해는 더 무더운 이곳으로 훈련지를 옮겼다. 눈치껏 숨을 돌릴 법도 하지만 선수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아이스박스에 담긴 얼음물에 의지한 채 체력 단련과 전술·세트피스 훈련까지 이날도 빠듯한 하루 일정을 소화했다.
여느 K리그2 팀처럼 부산 아이파크와 박진섭 감독의 목표도 K리그1 승격이지만, 올해 각오는 유독 비장하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부산 입장에선 아쉬운) 승부 끝에 눈앞에서 1부 리그행 티켓을 놓쳤기에 더욱 칼을 갈 수밖에 없다. 본인의 철학인 ‘밸런스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 올해는 공격에 더욱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박 감독은 “수비와 공격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어렵고, 두 가지가 다 밸런스를 잘 이뤄야 1부 승격이란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다른 팀보다 한 발 더 많이 뛰고, 공격적으로 골을 더 많이 넣기 위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산은 K리그2(승강플레이오프 제외)에서 최소 실점 2위(29골)를 기록하며 강력한 수비를 자랑했지만, 득점은 5위(50골)에 머물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름값 높은 브라질 용병 로페즈와 K리그2 2연속 3관왕(득점왕·MVP·베스트11) 출신 안병준을 영입한 이유다.
박 감독은 “지난해 득점 5위란 기록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골 결정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며 “올해는 선수 구성부터 전술 훈련까지 득점력 강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춰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베테랑 공격수의 합류로 김찬 등 기존 젊은 스트라이커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훈련장에서 로페즈는 노련한 패스로 여러차례 골 찬스를 창출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공격에 비해 미드필더와 수비진은 지난해보다 다소 헐거워진 상황. 다른 2부 리그 팀들도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보강 중이라 올해는 더욱 치열한 승격 경쟁이 예상된다. 박 감독은 “K리그2는 늘 어려운 리그인데, 특히 올 시즌은 더욱 어려울 것 같다”며 “성남FC·서울이랜드·수원삼성·부천FC 등 대부분의 팀들이 승격을 노릴 텐데, 다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오는 3월 3일 홈에서 만날 부산의 개막전 상대는 공교롭게도 서울이랜드이다. 지난해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승격 좌절의 아픔을 안긴 당시 수원FC의 김도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첫 경기부터 ‘복수전’이 펼쳐지게 됐다. 박 감독은 “상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한테도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될 것 같다”며 “개막전을 잘 치른다면 초반에 좋은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올 시즌 1부 승격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유경렬 수석코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18년 광주FC 수석코치로 합류해 이듬해 승격을 이끌었고, 이후 서울과 전북을 거쳐 부산까지 7년째 지도자 생활을 동행하고 있다.
팀에서 박 감독이 선수들을 세심하게 다독이는 엄마라면, 유 코치는 ‘군기반장’ 같은 무서운 아빠 역할이다. 박 감독은 “솔직히 유 코치가 없으면 팀이 안 돌아갈 정도로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생각하는 방향성이 같으면서도 제게 없는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어 함께 선수들을 지도할 때 더 많은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코치도 “감독님이 코치들을 잘 믿어주시고, 얘기를 엄청 많이 들어주신다”며 “저희 코치들은 ‘감독님한테 잘하자’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팀이 잘 되면 감독님도 잘 될 거란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박 감독과 유 코치는 2002년과 2003년 울산 현대에서 차례로 프로 데뷔를 했다. 국가대표와 상무 시절까지 합하면 30년 가까운 인연이다. 최근 울산 현대의 1부 리그 2연속 우승을 바라보는 심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K리그1에 가서 울산뿐만 아니라 좋은 팀들과 겨뤄 보면 선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지도자로서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재차 승격 의지를 내보였다.
후아힌(태국)=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